野 '결정타' 없는 무딘 공세…무력화된 인사청문회

입력 2020-07-28 17:59   수정 2020-07-29 01:35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와 ‘한 방’ 없는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인사청문회가 형해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명에 이어 야당이 ‘낙마 1순위’라고 벼르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까지 임명됐기 때문이다. 과거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지만 “이처럼 존재감이 작았던 적은 처음”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야당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미래통합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박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후보자가 55년 전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과 6·15 남북정상회담 직전 이면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통합당은 교육부 감사 및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의 과반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야당 반대 속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과 대통령 임명 강행으로 이어지던 수순은 사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에서 총 23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했다.

176석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통합당 역시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정보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야당에서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청문보고서 채택을 연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에 지명되자마자 “매우 잘못된 인사”라며 날카로운 공세를 예고했다. 심지어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지만 정작 청문회에서는 특별한 의혹을 제기하지 못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주요 공략 포인트로 삼은 부정 편입학 논란 등은 55년 전 일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과거 인사청문회 후보자 9명을 낙마시킨 저격수이자 정치 9단의 노련한 정치인에 대한 공세치고는 ‘무딘 창’이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뒤늦게 이날 전직 공무원으로부터 제보받은 이면합의 증거를 공개했지만 박 후보자를 낙마시킬 ‘한 방’은 되지 못했다.

이 장관 인사청문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통합당은 이른바 사상 검증에 치중한 나머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철 지난 색깔론’이란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별다른 논란이 일지 않자 민주당은 지난 24일 이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고, 문 대통령은 27일 임명을 재가했다. 25, 26일이 주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장관 임명 재가는 단 하루 만에 이뤄진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당이 야당으로 바뀐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공격력이 부족한 ‘웰빙 정당’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의석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야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열리는 청문회도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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