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8일 미래통합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박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후보자가 55년 전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과 6·15 남북정상회담 직전 이면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통합당은 교육부 감사 및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의 과반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야당 반대 속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과 대통령 임명 강행으로 이어지던 수순은 사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에서 총 23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했다.
176석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통합당 역시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정보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야당에서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청문보고서 채택을 연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에 지명되자마자 “매우 잘못된 인사”라며 날카로운 공세를 예고했다. 심지어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지만 정작 청문회에서는 특별한 의혹을 제기하지 못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주요 공략 포인트로 삼은 부정 편입학 논란 등은 55년 전 일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과거 인사청문회 후보자 9명을 낙마시킨 저격수이자 정치 9단의 노련한 정치인에 대한 공세치고는 ‘무딘 창’이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뒤늦게 이날 전직 공무원으로부터 제보받은 이면합의 증거를 공개했지만 박 후보자를 낙마시킬 ‘한 방’은 되지 못했다.
이 장관 인사청문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통합당은 이른바 사상 검증에 치중한 나머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철 지난 색깔론’이란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별다른 논란이 일지 않자 민주당은 지난 24일 이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고, 문 대통령은 27일 임명을 재가했다. 25, 26일이 주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장관 임명 재가는 단 하루 만에 이뤄진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당이 야당으로 바뀐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공격력이 부족한 ‘웰빙 정당’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의석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야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열리는 청문회도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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