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스테디셀러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를 영상화한 작품이 극장에 걸린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신작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영화관 프로그램도 다음달부터 운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이번 연극·뮤지컬의 극장 상영에 공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늙은 부부 이야기’를 ‘공연영화’로 만든 ‘늙은 부부 이야기:스테이지 무비’를 다음달 19일 CGV 20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한다고 29일 밝혔다. 2003년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한 이 연극은 황혼에 만난 끝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오랜 세월 연극팬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이번에 영상화된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배우 김명곤과 차유경을 캐스팅해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늙은 부부 이야기:스테이지 무비’는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화 사업인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공연장에 오른 실황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관 상영을 위해 촬영 기법을 달리했다. 무대 전체를 보여주는 풀샷 중심에서 벗어나 인물 클로즈업을 중심으로 찍었다. 주요 장면을 야외에서 추가로 촬영, 편집해 연극 무대가 영화 속에 녹아드는 ‘공연 영화’의 형식을 띤다. 지난 5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온라인에서 상영됐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영화제 상영 당시 코로나19 사태 속 공연 영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공연영화’라는 장르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GV는 매달 두 편의 최신 해외 뮤지컬을 선정해 상영하는 ‘월간 뮤지컬’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운영한다.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수요일에 한 편씩 개봉한다. 다음달엔 ‘쉬 러브스 미’와 ‘톡식 어벤져’를 선보인다. ‘쉬 러브스 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향수 가게에서 일하는 두 앙숙 조지와 아말리아가 각각 미지의 상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뉴욕 스튜디오 54 극장에서 열린 공연 실황이 상영된다. ‘톡식 어벤져’는 1985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로,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돌연변이 녹색 슈퍼히어로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9월엔 ‘홀리데이 인’과 ‘남극 탐험가는 나를 좋아해’의 공연 실황이 상영된다. 10월엔 가족 뮤지컬 ‘루스리스’와 영국 웨스트엔드의 런던 팔라디움 극장에서 공연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상영된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가 미국과 유럽의 주요 오페라 공연 상영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해 왔으나 뮤지컬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페라를 제외한 클래식 콘서트와 뮤지컬, 연극 등 공연 영상 상영도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연을 영상화하는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영화관 상영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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