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법 폭주, 청문회 무력화…'巨與 독재' 도 넘었다

입력 2020-07-29 17:49   수정 2020-07-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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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176석이라는 절대 다수를 확보한 거대 여당에 의해 무차별 유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 처리했다. 그제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부동산 관련법 등 11개 법안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입법 폭주’를 이어간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법안 처리는 소위원회 심사, 찬반 토론 등 필요한 절차를 건너뛰고, 야당과의 합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야당과의 토론과 합의를 무시한 일방통행으로 의회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아랑곳 않고 내달 4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 등을 일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어제 “(부동산 관련) 신속한 입법이 중요하다. 일하는 국회의 진면목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을 완전히 배제한 채, 국회를 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통법부’로 만드는 것을 ‘일하는 국회’로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 들어 여당의 전횡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5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했고, 32년 만에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35조원이 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 처리했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인사청문 보고서도 단독으로 채택했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거르는 청문회까지 무력화한 것이다.

“여당의 전횡이 도를 넘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이유다. 다수결 원칙은 조정과 합의를 위해 상대방 의견을 끝까지 듣고 그래도 안 되면 표결로 처리하라는 것이다. 지금 여당처럼 야당은 철저히 무시하고 수적 우위만을 앞세워 멋대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독재에 다름 아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힘없이 여당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지속되자 장외투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적 열세에 국민의 지지마저 열악한 야당이 폭주기관차와도 같은 거대 여당의 막무가내식 국정운영에 과연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국민이 정부·여당의 독주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하며 45%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일종의 경고 신호다. 그 누구도 여당에 지금처럼 안하무인격으로 국정을 운영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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