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여는 순간 한동훈에 몸 날린 정진웅…비번 얻으려 무리수?

입력 2020-07-29 18:10   수정 2020-07-29 18:12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담당 부장검사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계질서가 강하기로 유명한 검찰 조직에서 아무리 수사대상이라고 해도 현직 검사장이 후배 검사에게 물리적 폭행까지 당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한동훈 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중앙지검 형사1부장 정진웅 검사로부터 법무연수원 압수수색 절차 과정에서 일방적인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이다"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정진웅 부장에게 압수수색 전에 변호인에게 전화를 해도 되겠는지 물었다. 허락을 받고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휴대폰 비번을 풀려하자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동훈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탔다"며 "그 과정에서 정진웅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 위에 올라타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담당검사는)폭행이 아니라 제지였다며 한동훈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면 정보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주장하나 본인이 전화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하고는 이를 제지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동훈 검사장은 "목격자가 다수 있다"며 "부당한 독직폭행에 대해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사팀은 오늘 오전 한동훈 검사장을 소환조사하고 압수된 휴대폰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한동훈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오늘 오전 10:30경 현장 집행에 착수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하여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한동훈 검사장은 재차 입장문을 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중앙지검의 입장은 거짓 주장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것"이라며 "뻔한 내용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참여 검사, 수사관. 직원들이 목격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증거 인멸을 막으려 했다는 정진웅 부장검사 측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사 정진웅 부장검사 주장처럼 한동훈 검사가 현장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버튼을 조작한다고 증거를 인멸하기란 쉽지 않다. 휴대폰을 포맷한다고 해도 포렌식을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압수수색이 뻔히 예상됐던 만큼 한동훈 검사장이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면 미리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푼 순간 휴대폰을 빼앗음으로써 비밀번호 해독 절차를 회피하려 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더라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비밀번호를 해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진웅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 '주류 고교'로 떠오른 순천고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웅 부장검사와 한동훈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나이는 정진웅 부장검사가 다섯 살 많지만, 사법시험은 한동훈 검사장이 2년 먼저 합격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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