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타타대우자동차 프리마 4.5t 중형 트럭으로 화물운송 사업을 해온 송준우 씨(50·사진)는 최근 100만㎞ 주행 기록을 세웠다. 지구 둘레(약 4만㎞)를 25바퀴 돈 것과 비슷한 거리다. 하루평균 650㎞, 꼬박 10시간을 트럭에서 먹고 자며 운행한 송씨의 ‘인생트럭’ 스토리를 들어봤다.
송씨의 일과는 오후 5시 시작된다. 경북 김천에 있는 화장지 공장에서 제품을 가득 싣고 경기 남양주로 향한다. 새벽 1시에 도착하면 트럭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오전 7시부터 남양주와 포천, 파주의 대리점에 차례로 화장지를 납품한 뒤 9시에 다시 포천, 고양, 인천 일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화물을 받아 오후 3시 경북 칠곡의 영남복합물류센터에 하차한다. 그러고는 다시 김천의 화장지 공장으로 달려간다. 송씨는 “토요일 오후 집을 나와 그다음주 금요일 저녁 집에 들어간다”며 “꼬박 9년을 트럭에서 먹고 자고 하다 보니 힘은 들지만 100만㎞를 열심히 달려온 트럭과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주야 2교대로 일하며 종잣돈을 모은 그는 화물운송 사업을 결심했다. 일한 만큼 수입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송씨에게 인생트럭의 구매 결정 1순위는 엔진이었다. 트럭은 힘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는 트럭 엔진을 꼼꼼히 따져본 끝에 2011년 타타대우 프리마 4.5t 중형 트럭을 구입했다. 송씨는 “100만㎞를 뛰었지만 아직도 엔진 소리가 좋다”며 “화물을 싣고 언덕을 오를 때도 엔진에 무리가 간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고려 순위는 피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승차감이었다. “차에서 먹고 자고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운전석 뒷자리 공간이 넓은 트럭을 찾았다”고 했다.
시간 여유가 없는 운송 일이지만 트럭에 이상이 생기면 송씨는 바로 정비소로 향한다. 정비 타이밍을 놓치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비소도 타타대우 지정 정비소 한 곳만 찾는다. 출고 이후 지금까지 지정 정비사에게만 트럭을 맡겼다. “사설 정비소가 개인병원이라면 지정 정비소는 대학병원이에요. 필요한 수리, 교체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트럭 전체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때문에 ‘오진율’이 적습니다.”
송씨는 트럭 부품과 소모품도 정품 구매를 고집한다. “정품보다 싼 제품도 많습니다. 하지만 차량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면 오일부터 정품을 사는 게 좋습니다.” 그는 또 엔진오일을 비롯한 소모품을 정해진 주기보다 한 타이밍 앞서 교체하는 것이 트럭을 오래 타는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송씨는 ‘더 많이 실으려고 무리하지 말자’는 원칙도 지키고 있다. 대부분 화물차 운전자는 기본 적재량보다 더 싣는 과적 운행 유혹에 빠져든다. 돈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차 수명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행도 무리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정 속도에서는 주변 시야가 확보되고, 빠른 대처도 가능합니다. 급가속, 급정거, 무리한 기어 변속은 차량 수명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고집스럽게 기본에 충실한 것이 송씨가 100만㎞ 주행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99만9999㎞에서 계기판이 어떻게 바뀔지 그게 제일 궁금했어요. 그런데 앞자리가 1로 바뀌는 거 말고는 별게 없더라고요. 100만㎞는 저와 제 트럭에 또 다른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10년은 더 돈을 벌어줄 인생트럭과 함께 달리겠습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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