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사람들은 펀드에 잘 가입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주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증권가 사람들이 인정하는 운용사가 하나 있다. 바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잃지 않는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올해도 타임폴리오의 대표 펀드인 ‘더타임-엠(The Time-M)’은 연초 대비 16.5%(7월 24일 기준)의 수익을 올렸다.
황성환 대표가 대학생 시절부터 옥탑방 보증금 1600만원을 불리고 불려 2006년 설립한 타임폴리오는 이제 1조원을 굴리는 중형 운용사가 됐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크다. 2018년 싱가포르 현지 운용사 인가를 받아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고, 작년엔 공모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에 머물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 운용사가 되겠다는 포부다.
인터넷 붐이 일 때였다. 황 대표는 새롬기술 투자로 대박을 냈다는 고종사촌 형을 보고 대학 2학년때인 1999년 주식 투자에 입문했다. 처음엔 과외 아르바이트로 모은 300만원으로 시작했다. 주식을 배우고 싶어 공대생으로는 처음 서울대 경영대 투자 동아리인 ‘스믹(SMIC)’에도 가입했다. 주식 공부에 푹 빠졌다. 친척 집에 신세를 지기로 하고 옥탑방 보증금 1600만원까지 빼내 본격적인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잠을 줄이고 끼니도 대충 때우면서 온종일 주식에만 몰두했다.
종잣돈은 2000년 말 3000만원까지 불었다. 2001년부터는 각종 증권사 실전투자 대회를 휩쓸었다. 수익과 상금을 재투자해 2004년 20억원을 만들었다. ‘슈퍼 개미’로 명성을 날렸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 1년여간 딜링룸에서 일했다. 1년여 만에 사표를 낸 그는 그동안 모은 자금을 모두 털어 한 사모펀드를 인수했다. 스물아홉의 나이였다. 회사 이름은 ‘time(시간)’과 ‘portfolio(투자집합)’를 합성해 타임폴리오로 지었다.
타임폴리오운용은 투자자에게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마이너스 수익률은 절대 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6개월 단위로 수익금을 결산하는 타임폴리오 사모펀드는 시장 부침이 유독 심했던 2018년 하반기를 빼곤 계속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처럼 메자닌(주식을 취득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이나 대체투자로 수익도 내지만 대부분을 상장 주식에 투자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많이 터졌지만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투명성이 높아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투자자문사에서 전문사모운용사로 전환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해 7월에는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로는 최초로 공모펀드 운용 허가도 취득했다. 타임폴리오의 첫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은 출시 한 달여 만에 1000억원을 끌어모으며 화제가 됐다.
펀드 매니저들이 한 펀드를 함께 운용하는 ‘멀티 매니저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타임폴리오는 펀드 자금을 전체 매니저별로 쪼개 개별적으로 운용하도록 한다. 수익률이 좋으면 더 많은 자금을 배분받지만 반대로 나쁘면 전체 펀드 내 비중이 축소된다.
‘자율과 경쟁’을 독려하지만 ‘살벌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타임폴리오의 기업 이념은 ‘상생상락(相生相樂)’이다. 말 그대로 주주와 직원, 투자자가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황 대표가 젊은 인재를 등용해 도제식 교육으로 투자 비법을 아낌없이 전수하고 2015년 업계 최초로 종업원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타임폴리오는 황 대표 지분(57.9%)을 제외한 나머지 42.1%를 모두 임직원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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