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재실사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HDC현산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거래종결을 위해 계약 당사자들에게 하루속히 재실사에 응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HDC현산에 "8월12일 이후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앞서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다음달 중순부터 12주간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에 대한 재실사를 제안한 바 있다.
HDC현산은 "재실사 제안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조건 충족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지난 29일 오전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재실사에대해 "HDC현산이 인수하는 경우 혹은 국유화의 경우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적 과정"이라며 "신뢰할 수 없는 재무제표에 근거한 막연한 낙관적 전망만으로는 결코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HDC현산은 이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조건 미충족 등 인수계약을 위반했다"며 책임이 금호산업 등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금호산업의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실사 없이 인수하게 될 경우) HDC현산만이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그대로 떠안게 돼 결국 양사가 동반부실의 위기에 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은 "만약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독단적으로 거래종결 절차를 강행해 거래가 무산된다면 아시아나항공에 막대한 국가의 혈세만 낭비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재실사 요청이 향후 계약금 반환 소송을 위한 구실이란 해석에 대해 HDC현산은 "일부의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HDC현산은 재실사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HDC현산은 "채권단이 재실사를 참관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절차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진행으로 인수계약 당시 상황과 실제 상황과의 차이에 대한 계약 당사자간 정확한 인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재실사 촉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금호산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HDC현산이 마치 충분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가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거래 종결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달라"고 맞섰다.
이어 HDC현산이 문제 삼은 선행조건 충족과 재점검 사항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 채권은행의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등의 이슈를 이미 HDC현산 최고경영진에 보고한 상황이라는 것이 금호산업의 설명이다.
금호산업 측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인수준비위원회 활동, 자료 발송, 대면보고 등을 통해 충분히 정보제공과 설명이 이뤄졌다"며 "충분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다만 "HDC현산이 진정성 있는 인수의사를 갖고 현재 예정된 일정에 따라 거래종결이 이뤄지는데 최대한 협조할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건 거래의 종결을 위한 최대한의 신의성실을 다하는 차원에서 협의의 가능성은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항공업계에선 교착 상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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