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1500억원대 유상증자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최근 경영난과 유동성 위기로 LCC업계가 연쇄부도 공포에 휩싸이면서 험난한 자금 조달과정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12~13일 이틀간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청약을 진행한다. 발행 예정인 신주는 총 1214만2857주로 현재 유통주식(2628만6884주)의 46%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번에 조달하는 1584억원을 차입금 상환, 유류비 및 인건비 지급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LCC업계가 최악의 경영환경에 처한 것을 고려하면 주주와 임직원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국내 LCC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대부분을 띄우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연이은 적자로 임직원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마저 어려워지면서 무급휴직 대상자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자금 조달 길도 막히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9일 50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포기하기로 했다. 주주 및 우리사주 대상 청약률이 52%에 그치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로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에 놓인 데 이어 또 다른 업체가 유동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LCC의 도미노 부도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이 같은 불안심리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회사 주가는 30일 0.94% 내린 1만5850원에 마감했다.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지난 5월 말 이후 19.1% 떨어졌다. 2개월 이상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당초 1만4000원이던 신주 발행가격도 지난달 말 1만3050원으로 조정됐다. 다음달 7일 확정되는 최종 발행가격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두 차례나 증자 일정을 연기했음에도 냉각한 투자심리를 되살리진 못했다.
다만 현재 주가보다 21% 저렴하게 신주를 사들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으로 평가받는다. 최대주주인 AK홀딩스가 유상증자 참여의지를 보인 것도 주주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달랠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AK홀딩스는 이번 증자에서 배정받은 약 723억원 규모 신주를 모두 사들이겠다는 뜻을 일찍이 밝혔다. 최대주주(티웨이홀딩스)의 출자 여력이 약했던 티웨이항공과는 다른 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결국 시세보다 싸게 신주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LCC산업이 고사(枯死)될 수 있다는 우려보다 얼마나 돋보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주가 흐름이 양호하다면 청약 때 선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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