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31일 임시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두 개 법안을 표결했다. 두 법안 모두 재석 187명 중 186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계약 갱신 시 전·월세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법 시행 전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도 소급 적용된다. 정부는 법 개정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회의 처리 다음날인 31일 곧바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의결 후 곧바로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여당, 전형적인 통법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전·월세상한제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확대를 비롯해 손해배상청구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낸 뒤 거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이전 세입자는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우려해 원래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했던 법안을 오늘 서둘러 통과시켰다”며 “시급성을 고려해 정부도 신속하게 의결·공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래통합당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 강행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법안 반대토론에 나선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더라도 과정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며 “여당이 스스로를 통법부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은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인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른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민주당 비판 전선에 가세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모든 의원의 입법권한이 증발했다”며 “국회 상임위원회와 당정협의, 본회의장이 민주당의 의원총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상무위원회의에서 “정부안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의당 의원들은 법안 표결에는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현·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추천안도 두 개 법안과 함께 처리됐다.
김소현/강영연 기자 alp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