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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부동산대책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집값 안정이 명분이다. 무주택 서민의 반대편엔 자연스레 투기꾼 딱지가 붙은 집 가진 죄인들이 자리를 잡아야 하는 프레임이다. 집 가진 죄인들이 쏟아내는 하소연을 더 들어보자.
“도지사와 시장이 전·월세 가격을 정한단다. 보유세가 연 1000만원인데 월세는 50만원(연 600만원)이라면 400만원 자선사업을 하란 얘긴가. 정부가 ‘1주택~ 1주택~ 신나는 노래~’를 계속 부르는데 모두 1주택자가 되면 전·월세는 누가 공급하나. 집 가진 악덕지주 적폐세력이라고? 나도 한때 세입자였다. 반지하 옥탑방 살았고 집주인에게 보일러 수리비도 못 받았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고 눈물 나게 아껴서 재산 모은 죄로 매일 범죄자 취급받는다.”
집 가진 죄인들은 평생의 노력이 통째로 비난받는다고 억울해한다. 아껴서 저축하고 집 산 것밖에 없는데, 자고 나니 투기꾼이 됐다는 하소연이다. 집으로 투기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해서 재산을 모은 사람들까지 도매금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옳지 않다.
이제 집 가진 죄인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A씨 부모처럼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1주택자로 전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전향자들에게 “앞으로는 집 사지 말고 주식 사라”고 권하는 것 같다. 그런 권유를 따라 1주택 주식 투자자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간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아끼고 모아서 집 사고 세 주는 단순한 재산 형성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복잡한 금융용어를 이해하고 급등락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금융투자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다른 하나의 선택지는 ‘존버’(오래 참고 끝까지 버팀)다. ‘내가 잘못한 게 뭐냐.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오기를 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시장에서 6000원짜리 통닭 사 먹으며 돈 모아서 집 샀는데, 세입자 집 앞에 쌓여 있는 브랜드 치킨 상자 보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왔다” “정부가 나를 악덕 집주인으로 만들고 있다. 전·월세 가격 규제하면 임대차계약서에 온갖 특약 100개, 1000개 달아놓고 세입자도 면접 봐서 뽑겠다” 등의 결기가 가득 찬 사연이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전향보다 존버를 선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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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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