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매출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높은 시장 잠재력에 비해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며 ‘제조업 코리아’를 이끌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각인시켰다는 분석이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며 배터리 투자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결실을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80조원으로 메모리 반도체(17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LG화학은 초기 투자 시기인 2000년부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2차전지 연구개발(R&D)에 들어갔다.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던 일본은 전기차용으로 니켈수소전지에 집중했지만 LG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시설투자만 4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전체 R&D 투자비용(1조1000억원) 중 배터리 분야에 30% 이상을 투입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하이닉스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정부가 LG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구 회장은 ‘2차전지 사업과 미래 디스플레이에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다시 반도체 사업을 맡을 순 없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 개의 특허를 확보했다. 한국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말 생산능력은 전기차 약 17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100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4.2%로 세계 1위에 올랐다.
LG화학의 2분기 배터리 부문 매출은 2조8230억원으로 석유화학 부문 매출(3조3128억원)의 85%에 달했다. 3분기에는 역전이 예상된다. 화학이 아니라 배터리가 본업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실적 호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장승세 LG화학 전무는 “3분기 매출은 2분기 대비 25% 늘어날 것”이라며 “폭스바겐 등 고객사의 전기차 새 모델 출시, 원통형 전지를 채용한 전기차의 판매 증가, 소형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확대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화학 부문 실적도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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