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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임차인입니다. 그런데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렇게 발언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통합당을 배제한 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자리였다. 윤 의원은 5분 발언을 신청해 “이 법안(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전세 제도는 빠르게 소멸하는 길로 들어섰다”고 단언했다. 윤 의원의 이날 발언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이 31일 널리 퍼지면서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보호란 명분 아래 민주당이 추진한 법안이다. 세입자의 ‘2+2년’ 주거를 보장하고, 임대료는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상 못 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윤 의원은 “이 법이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윤 의원은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임대 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은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된다”며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 딸, 조카에게 들어와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초선인 윤 의원의 본회의 첫 공식 연설이었다. 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복지·재정연구부장 출신 경제통이다. 윤 의원은 서울 성북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지역구(서울 서초갑)에 출마하면서 해당 지역에 전셋집을 구해 살고 있다.
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옳다고 생각한 바를 얘기했을 뿐인데 많이 공감해주셔서 조금 놀랐다”며 “경제학자로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을 법이라고 만든 사람들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수적 열세로 무력해진 야당이 ‘이렇게 싸울 수 있다’는 이정표를 제시한 연설”이라며 “합리적인 원내 투쟁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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