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국경을 닫고 도시 간 이동도 제한한 가운데 주민들의 만성질환 사망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요한 아주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7월호에 게재한 '북한의 경제와 주민 건강'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북한처럼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빈약한 국가일수록 주민들은 식량과 약품, 생필품 등을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장마당이 열리지 못하거나 팔리는 상품 수준이 떨어지면 주민들은 건강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경향은 감염병 확산 차단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심혈관질환, 암, 호흡기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제때 구할 수 없게 한다.
또 북한이 건국 초기부터 고수해온 감염병 관리 중심의 사회주의 의료원칙을 고수했고,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왔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인용해 실제로 2000∼2016년 북한의 감염병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476명에서 84명으로 급감한 반면, 만성질환 사망률은 607명에서 677명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 전체 사망의 80% 정도가 만성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 가운데 절반이 심혈관질환에 의한 것으로 보고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건강한 생활습관과 더불어 일정 부분 현대적 의료 서비스가 꼭 필요한데,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서 보통 사람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기란 불가능하다"며 "작금의 심화한 경제난은 빈곤화를 가속시켜 가뜩이나 높은 만성질환 부담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한과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만성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악화해 평생에 걸친 노동력과 생산성 손실이 매우 큰 데다, 취약한 보건재정을 더 소모적으로 만들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며 "북한 당국에 보통 사람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확실한 경제투자라는 점을 설득하고 기술적, 물적, 인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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