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7번홀(파4)에서 발생했다. 티샷이 당겨지면서 큰 나무 앞에 공이 떨어졌다. 공 주변에 손가락 굵기의 나뭇가지들이 널려 있는 걸 본 그는 경기위원을 호출했다. 그는 “공 주변에 불개미와 불개미가 파낸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있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신체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곰, 독사, 말벌, 불개미 등 ‘위험한 동물’이 근처에 있으면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골프 규칙 16조2a를 활용해 무벌타 탈출을 하려 한 것이다. 공 주위를 유심히 살펴본 경기위원 켄 태커트는 무벌타 드롭을 허용하지 않았다. “불개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디섐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엔 개미가 파낸 구멍과 개밋둑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구제받기를 시도했다. ‘동물이 판 구멍’이라고 주장해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골프 규칙 16조)’로 설정한 뒤 공을 무벌타로 빼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기위원은 “그 구멍도 디섐보 당신의 경기를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디섐보는 결국 이 홀에서 네 번 만에 겨우 그린에 공을 올려 더블 보기를 적어냈다. 1라운드 최종 스코어는 3언더파 공동 9위.
디섐보는 2주 전 메모리얼 토너먼트 2라운드 15번홀(파5)에서도 세 번째 샷이 코스 경계 펜스에 있는 것을 두고 아웃오브바운즈(OB)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홀에서 10타 만에 홀아웃하는 ‘퀸튜플 보기’ 악몽을 겪었다. 당시 경기위원도 태커트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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