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계속 오르기 어려워…구경제로 자금 이동할수도"

입력 2020-08-04 08:52   수정 2020-08-04 13:25


코스피가 ‘V자 반등’에 성공했다.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로 대변되는 성장주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들 종목이 상승세를 이어갈지 전망이 엇갈린다. 주도주의 흐름을 읽으며 다가올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이 직면한 어려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은 ‘여의도 고수’ 10명과 인터뷰했다. 다섯번째 ‘타자’는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사진)다. 최 대표는 ‘한국형 가치투자자’로 불린다. 서울대 주식 연구 동아리 스믹(SMIC)에서 주식을 공부했다. 재학 시절인 2003년 김민국 대표와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당시 김정주 넥슨(NXC) 회장이 100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대표가 인터넷에 올린 게임 회사 분석 글이 인연이 됐다.

이후 가치투자가 한국에서 통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최 대표의 강점은 증시의 오르내림과 관계없이 좋은 종목을 찾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싸고 좋은 종목은 가지고 있으면 오른다는 게 그의 투자철학이다. 최 대표와 VIP자산운용 직원들은 하루에 12시간씩 개별 기업을 분석한다. KTB자산운용과 손잡고 출시한 KTBVIP스타셀렉션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41.1%에 달한다. 그에게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과 투자전략을 물었다.
▶ 3월 중하순 시작된 상승장이 이어질까요?
▷ 수급과 펀더멘털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수급으로 봤을 때는 시장으로 유동성이 많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이 없습니다. 자금이 부동산으로 가기도 힘듭니다. 금리도 너무 낮습니다. 결국에는 증시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갑자기 이들이 이탈하거나 예탁금이 빠질 것 같지 않습니다. 유동성 자체로 볼 때는 시장이 이런 분위기입니다. 변동성 자체는 커지겠지만 유동성은 변화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펀더멘털은 증시가 오르냐 떨어지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 지금의 주식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 유동성도 많고 증시도 오르고 있지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입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아니라 개인이 주도하는 장세입니다.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주식들이 조명을 받았던 이유가 구경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분위기가 해소되는 기점이 2분기 실적입니다. 현대자동차처럼 이미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한 곳도 있습니다. 2분기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시기입니다. 이미 경기지표들에 선행해 반영됐습니다.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바닥을 쳤다”라는 분위기는 상승장에 큰 재료입니다.
▶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코로나19시대 주도주들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 이전에도 성장하던 종목이고 실체도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성장이 가속화됐습니다. 사업적 측면에서 상황이 좋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그전에도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비쌌던 회사들입니다. 한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이 희소해 프리미엄을 받았습니다. 원래 비쌌는데 더 비싸졌습니다. 올라서 좋으나 불안감이 있습니다. 실적이 나왔는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상방으로만 변동성이 컸었는데, 위아래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주가가 많이 오르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기면 계속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승세가 언제 무너질까요? 네이버나 카카오의 사업에 의문이 생겨서가 아닐 것입니다. 더 높은 수익을 낼 만한 대안이 생기면 자금이 그쪽으로 급격히 이동합니다. 그러면서 조정이 일어납니다. 자금이 구경제로 몰려가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2분기가 중요합니다. 카카오나 네이버의 성장이 둔화되는지 여부 보다는 구경제의 상대적 매력이 얼마나 부각되는지가 관건입니다.
▶ 글로벌 주식시장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 예측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무도 모릅니다.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정치적 변수가 증시에 끼친 영향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시장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코로나19가 어느정도 잡히는지, 백신이 개발되는지 등도 변수일 것입니다. 이 역시 알기 힘든 변수입니다. 시장의 향방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 인터넷 바이오 배터리 게임 등 주도주를 제외하고 현재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섹터는 무엇인가요?
▷ 자동차가 생각보다 잘하고 있습니다. 이중 현대자동차가 잘하고 있습니다.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업이익이 5000억원이 넘었습니다. 어닝서프라이즈입니다. 현대차는 그동안 부진해서 투자자들이 폄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변화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합니다. 다른 국내 브랜드가 경쟁력이 없습니다. 특히 최근 수익성이 높은 차종을 내면서 실적에 보탬이 많이 됐습니다. 제네시스 판매비중이 올라가고 신차 사이클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탄탄한 내수시장도 큰 강점입니다. 미국시장이 결국 코로나19로 닫혀있는 상태인데, 미국에서도 점차 판매가 재개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현대차가 세단 중심이어서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의 60%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입니다. 요새 ‘언택트’라는 말이 있지만,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고 자가용 타는 것도 언택트 문화입니다.

또 전기차와 수소차 경쟁력도 주가에 관건입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 부분에서 대비가 잘돼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미래차의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라고 해왔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에서도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개별 차종으로 보면 전기차 경쟁력이 테슬라 다음입니다. 전체 판매량도 세계 4위입니다. 단기 중기 장기로 모두 봐도 현대차의 미래는 생각보다 밝습니다.
▶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포착하기 위해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지표나 이벤트 등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전체 시장을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업을 하듯이 기업에 투자합니다.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좋아야 할 것입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도 필요할 것입니다. 정치적 요인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큰 변수입니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은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미리 알기 어려운 이슈여서 저는 개별종목 단위로 줄여서 예측가능성을 높입니다. 전체보다 부분을 보는 게 편할 때가 있습니다.
▶ 성장주의 독주로 가치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가 있는데, 동의하시나요?

▷가치주가 특정 색터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가치주의 전성기였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가치투자자들이 몰렸던 종목을 보면 포스코 같은 기업이 아니고 화장품입니다. 저는 화장품에서 큰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결제회사 등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가치주가 특정 섹터나, 구경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재가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종목입니다. 성장을 하고 있는데 오해에 의해서 성장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종목이 대표적입니다.

가치주의 모양은 계속 바뀝니다. 다만 가치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비싼 종목은 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비싼 종목이 더 비싸지는 시장에서는 수익률이 부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과거의 사이클을 보면 주도주는 항상 순환했습니다. 비싼 게 더 비싸지는 장세도 있지만 싸거나 성장이 반영 안된 종목이 제자리로 가는 장세도 있습니다. 순환이 깨졌나? 이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2~3년전 트로트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트로트는 전성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가치투자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하고 순환을 믿습니다.
▶ 최근에는 중국 증시도 강세입니다. 해외주식에 투자한다는 미국과 중국 어디가 좋을까요?
▷ “중국 여자와 결혼할까요 미국여자와 결혼할까요?”와 비슷한 질문입니다. 국적이 아니라 어떤 여자인지가 중요합니다.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나만 좋아하는 여자가 중국여자면 중국으로 가면 됩니다. 미국 여자면 미국으로 가면 됩니다. 내가 찾는 종목이 플랫폼 회사면 미국에 투자하고, 내수 성장의 효과를 누리고 싶으면 인구가 많은 중국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주식을 찾으면 한국에 투자하면 됩니다.

다만 잘 모르는 곳이나 분야에 투자하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예컨대 한국 기자가 미국에 관한 기사를 쓰려면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핫한’ 주식만 따라가는 식의 투자는 위험합니다. 미국 뉴욕 맨하탄 부동산을 산다고 가정하면, 지금 테슬라를 사듯이 사지 않을 것입니다. 직접 가보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공부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은 이렇게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과정을 생략하는 것 같습니다.
▶ 지금은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 때인가, 줄여야 할 때인가요?
▷싸고 좋은 주식은 갖고 있으면 됩니다. 저는 현금을 가지고 자산을 배분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예측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목이 올라서 수익실현을 하면 다시 싼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웁니다. 밸류에이션이 낮고 종목들의 퀄리티가 좋게 포트폴리오를 유지합니다. 현금비중을 기가 막히게 조절해서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다시 매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24년 동안 투자하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동료들은 하루에 12시간씩 개별기업을 분석합니다. 어떤 종목을 살지 고민하고 원하는 가격이 올때까지 기다립니다.
▶ 1억원이 있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실 건가요?
▷ 사람마다 목표가 다릅니다. 명문대에 진학할지, 유학을 갈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할지. 하나로 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주식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전부 주식을 삽니다. 기업은 부동산도 갖고 있고, 현금도 있고, 배당금도 지급합니다. 주식으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굳이 모르는 다른 투자처를 섞어서 접근하지 않습니다.

저는 현금보다 배당주를 사는게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알을 낳는 닭을 좋아합니다. 닭의 체중이 빠질 것이냐, 줄어들 것이냐 등의 시세에 베팅하지 않습니다.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을 샀다고 오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자산시장의 논리는 생각대로 가지 않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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