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분양 '30대 쿼터제' 도입 검토

입력 2020-08-02 17:06   수정 2020-10-04 16:20


이번주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할 정부와 서울시가 분양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30대 젊은 층에 공공분양 물량의 일정량을 할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없어 ‘패닉바잉(공황 구매)’에 나서고 있는 30대를 위한 일종의 ‘분양 쿼터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젊은 층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4050세대의 당첨 확률은 낮아지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이 참여하는 주택공급확대태스크포스(TF)에 정통한 관계자는 2일 “신혼·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젊은 층을 달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공공분양에 한해 분양 쿼터제 시행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분양 쿼터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다”며 “중장년층의 반발이 클 수 있어 최종 채택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번주 10만 가구 이상의 공급 대책이 나오고 이 중 상당량은 공공분양이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청약가점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면 2030세대는 당첨되기 힘들다. 올 들어 서울 민영아파트 청약 커트라인은 50점대 중후반이다. 이런 상황은 패닉바잉으로 이어져 30대가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 매수자의 32.4%를 차지했다.

분양 쿼터제는 이번에 새로 도입될 공공분양인 지분적립형 주택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8년 임대 거주 후 분양가의 40%를 내고 분양 전환한 뒤 나머지 60%는 20년 또는 30년에 걸쳐 나눠 내는 방식이 검토된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 구매 욕구는 크지만 청약 당첨을 기대하기 힘든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정도까지가 분양 쿼터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물량이 공공분양의 50% 정도는 돼야 주거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패닉 바잉' 내몰린 30대의 분노…'공공분양 카드'로 돌려막나
연령별 ‘분양 쿼터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준비해온 부동산 대책이었다고 서울시 한 관계자는 전했다. 청약 시장에서 소외되면서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30대를 위한 대책이 없으면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소용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지금처럼 청약가점으로 당첨자를 가리면 2030세대는 4050세대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한 주택공급확대태스크포스(TF)에서는 중장년층 역차별 논란 때문에 분양 쿼터제 도입 여부를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패닉 바잉 잠재워야
2030세대는 자신들을 ‘부동산 소외계층’이라고 부른다. 모아둔 돈이 4050세대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는데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은 막혔다. 장기간 저축해 내집 마련을 하려니 집값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787만원으로 1년 전보다 7072만원(8.25%) 상승했다. 굵직한 대책이 계속 나왔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30대 사이에서 ‘더 오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이유다. 한국감정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5월 1258건의 2.9배인 3601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1만1106건)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2.4%에 달했다. 지난 한 해 이 비중은 28.8%였다.

‘로또’라고 하지만 청약 가점이 낮은 30대에게는 분양 시장도 그림의 떡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30점대 후반이었던 민영아파트 청약가점 커트라인은 계속 올라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56.5점과 57.7점에 달했다. 산술적으로 젊은 층이 청약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만점이고 무주택 기간 10년을 채운 4인 가족(부양가족 수 3명)의 30대 가장이 받을 수 있는 청약가점은 57점이 최대다. 결혼을 안 했거나 자녀가 없다면 점수는 이보다 훨씬 낮아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30세대는 이번 정부의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며 “폭발 직전인 이들의 불만과 분노를 달래기 위해 정부가 공공분양에 대해 분양 쿼터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적립형 주택부터 쿼터제 유력
정부는 이번 공급대책을 위해 공공분양 물량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임대만 내놔서는 내집 마련을 원하는 젊은 층 수요를 잠재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고안한 지분적립형 주택은 공공분양의 새로운 유형으로 이번 대책에 담길 예정이다. 장기간에 걸쳐 돈을 나눠 내고 소유권 역시 나눠 받는 게 큰 틀이다. 8년 임대 거주 후 분양가의 40%를 내고 분양 전환한 뒤 나머지 60%는 20년 또는 30년에 걸쳐 분납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분양 전환 시점에 분양대금을 완납해야 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다. 여기에 30대를 위한 쿼터 물량을 배정해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의 입주 자격 등을 구체화하면서 30대 등에 대한 물량을 늘리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쿼터를 늘리면 내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 등 정책적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며 “소유권의 완전한 이전까지 수십 년 걸리기 때문에 ‘로또 분양’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7·10 대책’에서도 30대를 위한 분양 물량을 늘렸다. 민간분양 아파트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적용되고, 국민주택의 경우 특별공급 비율이 20%에서 25%로 확대된다.

다만 중장년층 역차별 논란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는 우선 물량만 발표하고 쿼터제는 여론 추이를 보고 향후 보완 대책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유정/최진석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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