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소멸' 비판에…"어차피 월세 세상 온다"는 與

입력 2020-08-02 17:05   수정 2020-08-0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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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월세 전환은 어쩔 수 없다. 지속해왔던 현상이다.”(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되면서 전세 제도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실을 모르는 궤변” “월세를 살아는 봤냐”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은행 이자보다 월세가 훨씬 비싼 기본 상황까지 무시한 발언”이라며 “전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임대차 3법이 서민들을 ‘월세살이’로 내몰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소멸’ 놓고 여야 설전
‘전·월세 전환 가속화’ 논란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불을 댕겼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을 것”이라며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 의원의 주장은 세입자들의 우려를 속시원하게 전한 ‘사이다 발언’으로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의원 발언 반박에 나섰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전세가 한국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라며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고 했다. 이어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같은 날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임대인들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겠느냐”며 “어찌 됐든 (법 개정으로) 2년마다 쫓겨날 걱정, 전·월세금 대폭 올릴 걱정은 덜게 된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이를 재반박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윤준병 의원을 향해 “월세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전세보다 훨씬 부담이라는 것은 상식 같은 이야기”라며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왜 22번이나 실패했는지 이해가 된다. 공감능력이 ‘0’이다”고 쏘아붙였다.
월세보다 전세 선호가 일반적
전문가들은 여야 설전에 대해 어느 한쪽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월세보다 전세가 선호된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재 대출금리는 연 2%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월세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세보증금 1억원에 대해 연 4, 5% 정도 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에 맞춰 정부가 정한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도 4%다. 대출금리보다 훨씬 높다. 1억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1년에 최대 400만원, 한 달 기준 33만원 정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전세 4억원짜리 아파트가 월세로 전환되면 월 임대료 13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 2.5% 안팎인 시중 대출금리에 비해 월세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세입자들이 높은 월 임대료를 내면 내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모으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선호도는 월세보다 훨씬 높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와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각각 72.1%, 27.9%를 기록했다.

이원욱 의원이 “최근 수년간 전세가 월세로 바뀌어왔다”고 주장한 것도 실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2015년 65.3%로 저점을 찍은 뒤 2016년 65.5%, 2017년 67.9%, 2018년 71.5%, 지난해 72.4%로 매년 높아졌다. 월세 비중이 최근 5년간 축소된 것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을 받아 월세나 반전세를 전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거래 비중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은 전세 물량을 없애거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당장은 세입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몇 년 뒤 전세 제도가 소멸되는 데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진석/임도원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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