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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은 국내 제약사에 최초 기록을 잇따라 써왔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과감히 도전한 결과였다. 2004년 세계적 고혈압 치료제인 화이자 ‘노바스크’의 일부 성분을 바꾼 ‘아모디핀’으로 국내에 개량신약 시대를 열었다. 연간 500억원 이상 팔리는 대박을 냈다. 제네릭(복제약)이나 신약이 아니라도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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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도 임 회장이 길을 텄다. 한미약품은 1989년 로슈에 세프트리악손 제조 기술을 600만달러(약 71억4600만원)에 이전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의 기술수출이었다. 2009년에는 R&D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제네릭이 아니라 신약과 복합제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이었다.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것이었다. 임 회장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신시장 개척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신약 R&D는 나의 신앙이자 목숨과도 같다”며 뚝심 있게 신약 개발을 밀어붙였다.
그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다.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에서 창조와 혁신이 나온다”고 했다.
한미약품의 최근 10년간 기술수출은 총 10건에 이른다. 계약 규모는 8조643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의 일부가 파기되는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한국의 제약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세 경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2017년부터 사업개발 전반과 중국 법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차남 임종훈 부사장은 의료기기 계열사인 한미헬스케어 대표를 맡고 있다.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은 2009년 상무, 2013년 전무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며, 발인은 오는 6일이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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