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씨가 말랐다"…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9년만에 최소

입력 2020-08-03 07:24   수정 2020-08-03 08:57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서 전셋값 상승과 매물 품귀가 본격화 되고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계약이 9년만에 최소로 떨어졌다. 전·월세 거래량은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되다보니 추가로 신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추세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3일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세 계약은 6304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다로 거래됐던 지난 2월(1만3661건)과 비교하면 46% 수준이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6000건대로 떨어졌다. 월 단위 기준으로 봤을 때 9년 만에 최소 거래가 나온 것이다.
서울 7월 전월세 거래량, 지난 2월 대비 절반도 안돼
전세와 반전세, 월세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도 지난달 8344건으로 줄었다. 이는 2월(1만9232건)과 비교하면 43%에 불과하다.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도 전세나 월세 계약 건수가 감소했다.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거래량은 5714건으로 2개월 연속 줄면서 5월(8778건)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기도 역시 주택 임대 시장이 급속한 속도로 위축됐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달 1만2326건으로 2월에 2만7103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경기에서 성사된 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계약은 2614건으로 역시 2월(4819건)에 비해 적었다.

임대차 시장은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추진하면서 더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5% 이내에 묶는 방안의 도입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에 전월세 매물은 급격히 줄었다. 속전속결로 법안이 통과되면서 시행됨에 따라 이 같은 시장 위축은 8월들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실제 시장에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등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은 일곱 건 정도다. 일곱 건 역시 실제 전세계약을 맺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주요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전세매물이 사라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물 사라진 시장, 품귀로 전셋값 오를라…
여기에다 지난달 7·10 대책을 통해 4년짜리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매입 임대를 폐지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때문에 임대 시장에서 물건은 더 줄어드면서 전세시장이 더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물건이 귀해지는 만큼 시장에서는 전셋값의 상승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갑작스러운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이에 항의하는 집회가 매 주말 열리고 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7·10 취득세 소급적용 피해자모임’ 등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맞은편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집회에선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반대하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갑자기 투기꾼, 적폐로 몰아 사유재산을 강탈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정부 입장 변화가 없으면 다음주에도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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