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의 가입 제한 기준이 12년째 유지돼 서울 아파트 소유자의 절반 이상은 가입할 방법이 없다. 이에 기준 완화를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인 사람이 지금 사는 집을 담보로 맡기면 평생 연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60세에 시가 5억원인 주택을 담보로 종신 지급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계속 그 집에 살면서 매달 103만9000원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죽고 나면 주택을 처분해 정산하고, 주택을 처분한 값이 연금수령액보다 많으면 차액을 상속인에게 준다.
이런 제도는 매달 이자를 낼 여력이 없으면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받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현행법은 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부유층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문제가 생겼다. 소득세법상 고가주택의 기준금액은 2008년 시가 9억원으로 조정된 후 12년째 그대로인 반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그사이 2배 가까이(93%, 전국은 63%) 올랐다.
올해 6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3000만원이다. 절반 이상이 고가주택에 해당해 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셈이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커졌다지만, 현금이 부족한 하우스 푸어도 부유층으로 치부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연금 가입 상한을 '시가' 9억원이 아닌 '공시가' 9억원으로 바꾸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경우 시세 12억~13억원 안팎의 주택 보유자도 주택연금 가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개정안은 연금의 공적 성격을 고려해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더라도 월 지급액은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특정 가입자가 연금을 과도하게 받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월 지급액 상한은 187만1000원 수준이 된다. 차액은 주택 처분 시 상속인(중도 해지 시 본인)에게 돌아간다.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도 고가주택 보유자가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주거용 오피스텔 거주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택연금 가입 저변을 넓혀 고령층의 노후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은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나, 심도 있게 논의되지는 못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부쩍 올라 상한가 조정이 시급해진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법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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