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예탁원에 면책해 준 적 없다"…옵티머스펀드 관리 책임 논란 재점화

입력 2020-08-03 17:06   수정 2020-08-04 00:30

금융 사기로 드러난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 업무를 맡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예탁원은 “펀드 재산에 대한 점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협회도 예탁원 편을 들면서 ‘면죄부’를 주는 듯했다. 하지만 금투협이 관련 규정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예탁원 책임론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투협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예탁원은 투자신탁의 증권 보유 내역에 대한 검증 의무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전달했다. 금투협 규정인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4-96조는 “일반사무관리사는 매월 신탁사(수탁사)와 증권 보유 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예탁원에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탁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요구대로 비상장기업 사모사채의 이름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바꿔줬다.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실제 펀드 재산에 사모사채를 편입해놨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않았다. 옵티머스 사기를 가능하게 했던 중요한 지점이다.

예탁원은 지속적으로 “투자신탁인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를 맡았지만 점검 의무도, 수단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아예 ‘계산사무대행사’란 표현을 들고나왔다. 이 사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예탁원은 단순히 펀드 기준가를 산출하는 계산사무대행사에 불과하다”며 “계산사무대행사는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예탁원 업무규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협은 지난달 언론을 통해 “예탁원은 금투협 규정상 점검 의무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일반사무관리는 수익증권과 같은 투자신탁이 아닌, 투자회사(뮤추얼펀드 등) 재산의 계산을 위탁할 때로 한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투협이 왜 예탁원에 면죄부를 주느냐’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발을 뺀 것 같다”고 말했다.

예탁원 스스로도 ‘일반사무관리 업무규정’에서 투자신탁과 투자회사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사장이 쓴 계산사무대행사라는 표현은 내부 규정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당국 안팎에서도 “법령상 펀드 사무관리사의 의무와 책임 소재를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무위 한 인사는 “예탁원이 투자신탁에 대한 점검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 400조원이 넘는 사모펀드를 관리하는 모든 사무관리사에 운용사의 잘못된 지시를 따라도 좋다는 면죄부가 부여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중 투자신탁 비중은 97%에 이른다.

당국은 지난달부터 사모펀드 전수 점검에 들어가면서 사무관리사와 수탁사에 서로 보유한 자산명세 일치 여부를 교차 확인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했다. 예탁원도 뒤늦게 운용사와 판매사, 사무관리사, 수탁사 등이 펀드 자산 내역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펀드넷’ 시스템을 사모펀드에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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