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재실사…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 '플랜B'로?

입력 2020-08-04 11:02   수정 2020-08-04 11:04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산업은행이 HDC현대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부하면서다. 시장의 관심은 채권단이 내놓을 '플랜 B'로 옮겨지는 가운데 새 인수 주체가 나타날 지도 주목된다.

4일 산업은행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산이 요구한 아시아나 재실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현산은 아시아나에 대해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며,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요구한 바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현산은 지속적인 대면협의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다가 거래종결일인 지난달 24일에야 12주간의 재실사를 서면으로 요청했다"며 "인수의지는 없으면서 거래종결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매각 거래종결 시점은 오는 11일이다. 이때까지 현산과 금호가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거래종결 시점을 연장하지 않으면 8월 12일로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계약이 종결된다.

현산을 통한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될 경우 채권단인 산은은 새로운 매수 주체를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초반에 거론됐던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이 인수에 나설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앞서 SK그룹은 금융시장에서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한화그룹은 2017년 신규 항공면허에 도전했던 LCC 에어로케이에 투자한 바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매수자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은행이 통매각을 추진했던 대우조선해양도 조선업황이 악화되면서 20여년 가까이 인수자를 찾지 못한 바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가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지금의 먹구름이 걷히면 항공산업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본다"며 "아시아나는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이기 때문에 현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채권단은 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 부행장은 기간산업안정기금(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정책 기금)을 통한 지원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아시아나 경영을 안정화시킨 뒤에 저비용항공사(LCC) 분리매각이나 자회사 처리 등의 방안도 적극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라며 "아시아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추후 경영정상화를 돕기 위해 기금 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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