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신임 검사들에게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총장이 사실상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발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여권은 야당을 배제하고 법안을 단독 강행처리하고 있다. 야당 반대에도 국무위원 임명도 강행하면서 일각에서 '다수결에 의한 독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 발언에 대해 "검찰 개혁 반대를 넘어선 사실상의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극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법 집행을 하는 공무원이 민주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는 선출 권력을 두고 독재 운운은 얼토당토 않다"며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옷 벗고 나가 야당 정치인이 되든가, 아니면 태극기 들고 반정부 운동을 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당 외곽에서는 윤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검찰, 정치 검찰임을 공개 선언한 것"이라며 "정치를 하려면 검찰 옷을 벗어야 하기에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총장의 발언이 미래통합당에서 대환영 받는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중립성이라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석열 총장 발언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와, 세다. 결단이 선 듯"이라고 평가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와 전체주의. 이 한 마디 안에 민주당 집권 하의 사회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저들은 검찰의 자율성과 독립성 대신에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말한다. 이 표현 안에 저들의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자신들은 '권력'이 아니라 '민주'라는 거다. 자신들을 '민주'로 정의했으니, 자기들의 권력으로 검찰을 통제해 자기에게는 애완견, 정적에게는 공격견으로 만드는 것이 졸지에 민주주의가 되고,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 자율성은 없애야 할 적폐가 되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요체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권력과의 유착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있다. 하지만 저들의 개혁은 다르다"며 "자기들은 권력이 아니라 '민주'이니, 개혁의 요체는 자기들 말 잘 듣게 검찰을 길들이는 데에 있게 된다. 그 결과 권력비리 수사는 중단되다시피 했다. 검찰총장은 오직 국민만 믿고,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총장은 신임 검사들에게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된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란다"고 했다.
다만 검언유착 수사팀의 '육탄전', 검·경수사권 조정,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고소 사건 유출 의혹 등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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