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유동성 함정'"…박승 전 한은 총재의 경고

입력 2020-08-04 17:10   수정 2020-08-05 01:17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84·사진)는 4일 “부동산 등 자산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안에 유동성을 회수하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까지 기준금리를 잠재성장률 수준인 연 2~3%까지 올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풀린 유동성 상당수가 소비·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등 한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일본식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1980년부터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끌어내리면서 풀린 유동성이 집값 거품을 키웠다”며 “1990년대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일본 기준금리는 1980년 7월 연 9%에 달했지만 1983년 10월 연 5%, 1987년 2월 연 2.5%로 내려갔다.

박 전 총재는 “시중 유동성이 집값 과열을 부추기는 최근 한국 경제의 양상은 1980~1990년대 일본 경제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내며 ‘1기 신도시’ 계획을 설계하기도 했던 박 전 총재는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은 물론 거시건전성 대책, 공급 대책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층을 위한 공공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주택 보유세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전날 모교인 전북 김제 백석초교에 장학기금 10억원을 기부한 배경도 설명했다. 기부한 10억원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전 재산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금 이 자리에 오른 것은 모교와 사회의 도움 덕분”이라며 “어린이들이 모여서 성장하는 모교와 고향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던 모교가 지역 명문 학교로 성장해 뿌듯하다”고 했다.

박 전 총재는 “이번에 기부한 장학기금은 연 3.17% 금리를 제공하는 KB금융지주 조건부자본증권(영구채)에 투자할 예정”이라며 “연 0%대인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만큼 기부금 장기 운용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전 재산을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시중은행 영구채 상품을 주목하고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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