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오케스트라 '랜선 합주'…희망을 연주하다

입력 2020-08-04 17:25   수정 2020-08-05 00:28


‘우리는 음악으로 하나가 돼 이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란 자막과 함께 현악 선율이 매우 여리게 깔린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곡목 소개에 이어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 자리잡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 모습이 또렷해진다. 화면 상단에는 각자의 집에서 연주하는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현악 단원들의 모습이 4~5명씩 연이어 나타난다. 오보에-클라리넷-플루트-바순의 목관악기 주자들이 화면에 등장하면서 주선율을 연주하는 현악의 음량도 커진다.

콘서트홀의 서울시향 연주자들과 화면에 번갈아 나오는 ‘방구석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모습이 벤스케의 손짓 및 음악과 함께 절묘하게 어우리진다. 묵직한 금관악기가 가세한 관현악의 총주로 님로드의 잔잔하고 숭고한 선율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이윽고 ‘모두 다시 강인함, 희망과 평안 속에서 이 시간을 견뎌 내길 바랍니다’란 자막과 함께 고요한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로 연주가 마무리된다.

서울시향과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4일 유튜브에 공개한 님로드 합주 영상이다. 두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벤스케의 지휘로 서울시향은 지난 6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단원 46명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한 것을 온라인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합쳤다.

2003년부터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벤스케는 올 1월부터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두 악단이 함께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애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지난 6월 내한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됐다. 그 대안으로 기획한 것이 이번 ‘랜선 합주’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국경을 넘은 음악적 연대의 표현으로서 한국과 미국의 두 오케스트라가 연합해 희망을 연주하는 무대로 기획했다”며 “벤스케와 서울시향이 함께하는 ‘새로운 일상(뉴노멀)’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님로드는 14개 변주로 구성된 수수께끼 변주곡 중 아홉 번째 변주(아다지오)에 해당한다. 엘가가 절친한 벗인 출판업자 예거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풍성한 관현악 구성과 따뜻한 선율이 담긴 이 곡은 공동체 간 화합을 염원하고 용기를 고취하는 의미로 국가 행사나 추모식에서 자주 연주된다. 팔레스타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유대계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스라엘과 아랍의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창립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2005년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에서 연 역사적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연주돼 더 유명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구출 작전을 그린 영화 ‘덩케르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에 흘러 감동을 준 음악이기도 하다.

벤스케는 코로나19란 공통의 적과 맞선 세계 시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곡으로 님로드를 선택했다. 그는 “님로드는 슬픔, 희망,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우리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곡”이라며 “서울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이 곡을 함께 연주한 연주자들 모두 이런 감정과 생각을 공유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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