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서울 강남 재건축 활성화를 노린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기부채납(공공기여) 등의 방식으로 기대수익의 90%를 환수하는 게 논란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대형 재건축 단지 10곳을 조사한 결과 8곳이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고밀재건축을 통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당초 50%가 유력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기부채납 상한 확대를 강력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 신혼부부 및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공공재건축은) 애초 별로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비정상적으로 멈춘 민간재건축 사업을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재건축 층수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정부는 “공공재건축 추진 시 종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 최대 500% 적용과 50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행 규정상 준주거지역에 있는 주상복합이어야만 50층으로 지을 수 있고 50층 아파트(순수 주거시설)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는 뒤늦게 해명자료를 내고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재건축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삼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금 수준의 용적률로도 사업성이 충분히 나온다”며 “공공재건축은 50층 고밀개발을 해도 성냥갑 아파트가 돼 단지 가치와 주거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목동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모임인 양천연대 관계자는 “목동 단지들은 용적률 300%만 적용해도 지금보다 가구 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며 “쾌적성이나 교통 문제 등을 고려하면 공공재건축에 회의적”이라고 했다. 압구정3구역(구현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의 층수 규제를 푼 것은 의의가 있다”면서도 “압구정 아파트는 1 대 1 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어 공공재건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방이동 올림픽선수촌과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에서는 임대주택 추가에 대한 불만이 컸다. 올림픽선수촌 단지 내 S공인 대표는 “임대주택 절반을 넣고 용적률을 높이는 이번 대책을 절대 호재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도 “임대주택을 들이고 빽빽한 ‘닭장’으로 만드는데 어느 아파트가 좋아하겠느냐”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발이익의 90%를 가져가는 것에 대한 반발도 컸다. 신반포2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고밀도로 개발해도 이익은 없고, 삶의 질은 떨어지다 보니 조합원 1000명이 있는 카톡방에서 다들 반대한다”고 전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 측도 “조합 이익이 크다면 면밀히 계산해보겠지만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로 이익을 거의 다 뺏기는 상황”이라고 했다.
재건축 사업을 서두르는 대치 은마와 성산동 성산시영 등 조합들은 재건축 인허가 등에 도움이 된다면 공공재건축 추진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포구 성산시영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면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임대 비율 등을 따진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윤아영/이유정/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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