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4일 2279.79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 최저점'을 기록한 3월 19일(1457.64) 이후 4개월여 만에 60% 가까이 급반등한 것이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 전 수준으로의 복원을 넘어 새로운 지수 레벨로 접어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폭락장 이후 급반등하는 등 연일 전례 없는 시장 상황이 펼쳐지는 만큼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도 시황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해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여의도 고수’ 10명과 인터뷰했다.
여섯 번째 고수는 BNK자산운용의 안정환 운용총괄 부사장(CIO·사진)이다. BNK자산운용은 2018년 안 부사장을 영입한 뒤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신용분석팀, 이베스트투자증권 주식운용팀, 앱솔루트투자자문(현 앱솔루트자산운용) 운용총괄 등을 거쳐 증권가에서는 주식 뿐 아니라 투자 운용업의 기본기가 탄탄한 매니저로 통한다. 그에게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과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연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로 저점을 찍은 이후 4개월여 만인데요. 지수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 상승장은 실적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기대와 저금리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늘어나는 것을 봐도 유동성이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 유동성 랠리는 사실 어디까지 갈 지 모른다. 과거를 돌아보면 유동성장이 펼쳐졌을 때는 생각보다 무서운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일단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하는 분위기다. 과거 박스권 상단인 2270 선에 도달했을 때 두 번 더 위로 찍고 내려왔다. 이번에도 박스권으로 인식하면 다시 2200 선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라면 개인이든 기관, 외국인이든 주식 비중을 확 낮추긴 어려워진다.
당초 하반기 께는 코스피가 2400~2500 선까지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북밸류(주당순자산가치, BPS) 등을 따지면 2400 선까지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실적 레벨로 보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에 달하는 수준이라 부담되는 측면도 있긴 하다.
또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 국내 증시의 지수 구성이다. 지수 1,2위 종목이 반도체인데 이런 종목은 주가가 잘 안 빠진다. 최근 주가 상승의 불을 당긴 것도 삼성전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비대면주, LG화학 삼성SDI 같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지수 상단을 구성하고 있다. 경기민감주가 아닌 상당히 탄탄한 성장주가 상위에 있어 저금리 상황에서 상승동력이 탄력을 받는 측면이 있다. 지수 레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1조79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6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를 2조원 넘게 사들인 반면 주목받던 SK바이오팜, 엔씨소프트,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외국인의 관심이 비대면·바이오 종목에서 반도체 대형주로 옮겨가기 시작한 걸까요.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수는 최근 인텔이 7나노 반도체 생산 차질에 아웃소싱 가능성을 밝힌 데 따른 반사효과라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를 사는 수요와 바이오주를 파는 수요가 맞물린 것이라고 꼭 보기는 어렵다. 바이오주는 최근 많이 올라서 타깃 가격을 넘어섰기 때문에 차익실현 매물이 아닐까 판단한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외국인도 안전자산 외에 위험자산을 늘리고자 하는 필요가 있다. 신흥국 중에 담을 곳은 중국과 한국 정도다. 코로나19 국면 동안 꽤 오래 한국 비중을 크게 낮췄다면 이전수준으로 올릴 가능성은 있다.
▶네이버 카카오 LG화학 엔씨소프트 등 코로나19시대 주도주들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워낙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정이 일어나도 자연스럽다고 본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수혜를 본 비대면주이면서, 각각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 모멘텀이 유효하다. 이로 인해 향후 매출과 이익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다. 저금리 저성장 국면에서 성장 프리미엄은 더욱 부각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도주들의 강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글로벌 주식시장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시장의 급락 가능성은 크게 보고 있지 않으나 몇 가지 불안요소는 있다. 먼저 미·중 무역분쟁의 재발 가능성이다. 무역 분쟁이 재차 확대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 또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도 증시에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바이든 후보의 경우 21%의 법인세를 28%로 올리 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이는 주당순이익(EPS)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바이든이 소속된 민 주당은 소위 'FANG'으로 대표되는 기술 기업에 일정 수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지나 시장 센티멘트를 훼손시킬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요인이라고 본다.
▶인터넷 바이오 배터리 게임 등 주도주를 제외하고 현재시점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섹터는 무엇입니까.
▷수소 풍력 음식료 소부장 등 주목하고 있는 섹터는 많이 있지만 하반기 가장 주목하는 섹터는 엔터테인먼트다. 하반기 상장 예정인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가 최소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JYP의 Nizu, YG의 트레져12, SM의 남성그룹 등 한동안 가뭄이었던 신규 아이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등 큰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앨범 판매량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한령의 완화 움직임까지 고려한다면 하반기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포착하기 위해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지표나 이벤트 등은 무엇입니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전환 여부가 주식시장 방향성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빠르게 긴축 전환할 가능성은 낮으나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나온다면 현재의 유동성 장세 지속에 대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성장주의 독주로 가치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가 있는데 동의하십니까.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라 고밸류에이션 주식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 이익 성장이 가시화되는 종목들에 대한 프리미엄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가치주와 성장주 간 괴리율 확대에 따른 일시적인 갭 메우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달러약세 전환, 상품 가격의 상승, 연말 배당시즌 돌입 등 가치주 강세 국면이 간헐적으로 나오긴 할 것이다.
▶미국 증시가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증시도 강세입니다. 해외주식에 투자한다면 미국과 중국 어디가 좋을까요?
▷중국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기업의 이익도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 주가를 다 설명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시장이 우리나라 90년대 시장이랑 비슷한 상황 같다.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투자하기 좋은 시장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주식시장이 오르지만 신규 상장, 증자 등으로 역설적으로 과도한 공급물량 공세로 상승은 제한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회계, 지배구조, 밸류에이션 등 다양한 지표에서 미국 시장 대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주가 부양을 위한 거버넌스가 형성된 미국 시장에서의 투자가 좋다고 보인다.
▶지금은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때인가요? 줄여야 할 때인가요?
▷연초 주가를 회복한 시점에서 신규 진입이 약간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수요가 회복되고,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정시마다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달리는 말에 올라탔는데 미리 예단해서 내릴 필요는 없다. 시세가 오를 땐 합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현재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유지하고 2300선을 돌파하는 시점에 더 공격적으로 보유한 주식을 선별해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도 검토해 볼 만 하다.
▶1억원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닥권에 있는 금리로 인해 채권보다 주식의 매력이 좋은 상황이다.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65% 정도 가져가고, 지수 하락시 헷지할 수 있는 금 10%, 조정시 추가 매입을 위한 유동성 25%를 제안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