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서울 13만2000가구 공급’이라는 목표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비중이 큰 건 공공재건축(5만 가구)인데, 재건축 단지 대다수가 “정부에 다 돌려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공공재건축 방식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공공재건축 목표치(5만가구) 중 3만~4만가구를 제외하면 실제 공급되는 총 가구 수는 10만가구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 중 상당수가 정부의 공공재건축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재건축 단지 10곳 중 잠실주공5단지, 올림픽선수촌, 압구정 구현대, 신반포2차, 목동8단지, 개포5단지, 여의도 삼부, 한강맨션, 은마 등 9곳은 “기대수익의 90% 환수는 과도하다”며 공공재건축에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산동 성산시영만 “검토해볼 수 있다”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요 단지 중 절대 다수가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정부가 가져가서다. 공공재건축 방식을 택하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데다 현재 250% 수준인 용적률을 최대 500%로 늘릴 수 있고, 35층으로 묶인 층수 제한도 풀려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밀재건축을 통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된다. 정부는 "기대수익의 90%를 환수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기부채납된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나머지는 무주택자와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된다.
재건축 조합들은 고층 고밀개발을 하면 '성냥갑 아파트'가 돼 주거의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입주민이 대거 늘어나면서 교통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고밀도로 개발해도 이익의 90%를 정부가 가져가고, 삶의 질은 떨어질 게 확실하니 찬성할 이유가 없다"며 "차라리 재건축 시점이 좀 더 늦춰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건축 조합들 대부분이 공공재건축에 반대하는 만큼 정부의 공급 목표치(5만 가구)도 다시 설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환수율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탓에 실제로는 1만~2만 가구를 공급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개발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면 강남 등 알짜 입지 재건축 조합 상당수가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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