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는 파운드리 사업모델을 처음 제시한 회사다. 반도체는 본래 칩에 대한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일원화된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ing)산업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의 고도화로 장비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만 담당하는 사업모델이 등장했다.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은 이미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제조는 파운드리에 맡기는 ‘팹리스’ 형태로 사업모델을 바꿨다. 이에 반해 인텔은 아직까지 IDM 방식을 고수해왔다. 실제 인텔이 제조하는 칩의 성능은 어느 경쟁사도 흉내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텔의 이런 방향성은 흔들리고 있다. 인텔은 TSMC의 6나노 제조공정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제조)-AMD(디자인) 연합’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디자인과 제조를 함께 해온 인텔 CPU의 성능을 앞서고 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TSMC와 대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여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고난 속에서도 TSMC는 인텔을 뛰어넘는 제조 역량을 보여줬다.
단기적으로는 TSMC와 극자외선(EUV) 관련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가 각광받을 전망이다. 후공정 패키징 관련 기술까지 내재화한 TSMC의 기술적 역량 덕분에 패키징 분야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음번 기술 경쟁이 일어날 3나노 공정에서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도 중요하다. 7년 전 14나노 공정에서는 삼성전자가 판정승을 거뒀다. 이때는 애플도 삼성에 파운드리 주문을 냈다.
하지만 EUV 광학기술로 무장한 7나노 경쟁에서는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TSMC가 승기를 잡았다. 이제 3나노에서는 GAA(gate-all-around)라는 신기술을 둘러싸고 TSMC와 삼성의 진검승부가 다시 펼쳐질 것이다.
인텔은 최근 14나노, 7나노 등 트랜지스터 소형화 경쟁에 더 이상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컴퓨터 시스템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히는 소자 간 통신속도 개선, 시스템 간 통신속도 개선 등 솔루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좀 더 본질적인 방향성에 부합할 수도 있다. TSMC의 성공이 삼성과 인텔이 와신상담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우건 < JK캐피털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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