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던 지난 4월 8일 대한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휴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1주기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휴업 소식에 회사 분위기는 더 침통했다. 전체 직원의 70%에 달하는 1만여 명이 돌아가며 한 달씩 직장을 쉬어야 했다. 임원들은 급여를 최대 50% 반납했다. 1962년 회사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 앞에 노조도 고통분담에 동참했다.
실적은 예상대로 추락했다. 지난 1분기 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남은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물을 유치하고, 운송 효율을 높였다. 승무원들은 장시간의 비행 내내 마스크와 방역복을 착용한 채 안전 운항에 힘썼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노력은 한 분기 만에 빛을 발했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노선이 사실상 올스톱한 가운데 2분기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 기대치를 여덟 배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지금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주요 항공사 중 영업흑자를 낸 곳은 대한항공뿐이다. 미국의 델타항공과 아메리칸에어라인은 각각 6조7493억원과 2조488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프랑스·네덜란드 합작사인 에어프랑스·KLM그룹도 같은 기간 2조18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도 수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은 올 2분기 화물 운송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의 2분기 화물 운송실적이 30~45%가량 급감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부문 매출도 1조2259억원으로, 전년 동기(5960억원) 대비 94.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항공화물 시장 수요는 약 15%, 공급은 23% 감소했다. 화물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줄면서 화물운임이 상승했다. 지난 5월 주요 노선인 홍콩~북미 항공화물 운임은 ㎏당 8달러 선까지 치솟는 등 전년 동기 대비 2~3배에 달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년간 지속된 항공화물 시장의 불황에도 고효율 최신 화물기에 적극 투자한 게 주효했다”며 “여기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전략까지 적중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당분간 화물수송에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방역물품 및 전자상거래 물량, 반도체 장비 및 자동차 부품 수요 등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며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활용하는 등 추가로 공급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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