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테라퓨틱스를 이끄는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올초 프랑스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 중국에서 정체불명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한 당시에는 그 여파가 얼마나 커질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방셀은 모더나가 이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더나는 60일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감하고 혹독한 목표를 세웠다.
당시 모더나의 상황은 암울했다. 창립 이래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좀처럼 내놓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앞서나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이오기업 중 하나가 됐다.
방셀은 생물학에는 소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학창 시절 생물학에서 C와 D라는 저조한 학점을 받았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CEO로서 그의 과거 생물학 점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숙련된 세일즈맨’이라는 평가답게 방셀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고, 파트너 기업을 설득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모더나는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등 대형 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2018년 초에는 비상장 회사였지만 5억달러(약 60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같은해 12월 모더나는 미 나스닥에 상장했다.
방셀의 이런 성격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휴가가 끝나자마자 사무실에 나타난 방셀은 숨돌릴 틈도 없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재촉했다. 하지만 호지 대표를 비롯한 모더나 내부자들은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당시 모더나는 신약 개발 완수 경험이 전무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 2~4년 동안 판매 가능한 신약을 내놓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한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시장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정체불명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신약 개발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의구심이 모더나 내부에서 커져갔다.
이때 방셀은 “빅딜이 될 것이다. 우리는 바로 지금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실제로 모더나는 연구를 시작한 지 42일 만에 임상시험이 가능한 백신 후보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방셀은 “에너지가 넘치고 끈질긴 기업 문화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방셀은 또 미 국립보건원(NIH)에 발 빠르게 연락해 백신 개발 의지를 보였고, NIH와 공동으로 백신 개발을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했다.
방셀의 이런 성격이 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방셀의 담대한 목표를 두고 미 바이오업계나 월가에서는 과도한 자만심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방셀의 가혹한 리더십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높은 노동 강도와 방셀의 혹독한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모더나를 떠나는 임직원 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10년이 되도록 핵심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회사라는 공격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더나를 ‘과거 실적이 없는 (코로나19 백신) 선두주자’라고 평가했다.
모더나의 신약 개발 방식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활용이다. 합성 mRNA를 인체에 주입해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단백질 생성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모더나 설립 당시만 해도 혁신 기술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모더나가 보유 중인 신약 후보물질 약 20종 중에서 아직까지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mRNA 기반 신약이다. 모더나는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임상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모더나는 내부자들의 주식 매매 논란도 있었다. 인사이더스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방셀을 비롯한 모더나 임직원들이 1억6100만달러 규모의 모더나 주식을 매각했다. 보통 시장에서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에 당시 모더나 투자자들이 동요했다. 이에 대해 모더나는 예전부터 예정된 매각이었다고 답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