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완만한 속도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기관투자가들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지표물(20-3호) 금리는 이날 장내시장에서 연 0.795%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대비 0.005%포인트 떨어지면서 지난달 31일 기록한 사상 최저인 0.796%을 미세하게 밑돌았다.
국고채에 가까운 안정성을 갖춘 주택저당증권(MBS) 입찰도 흥행을 거듭하고 있다. 증권사 딜러들에 따르면 이날 전자입찰을 실시한 7000억원 규모 MBS는 오전 9시 30분 수요 접수 시작 수 분만에 모집금액을 모두 채웠다.
한 딜러는 “국고채보다 약간의 이자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채권을 캐리하려는(사두려는) 기관들이 MBS에 몰렸다”며 “오전 10시에 전자입찰을 실시한 3000억원 규모 3년 만기 서울특별시 지방채도 뜨거운 관심이 속에서 발행됐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선 경기 회복과 관련한 불안감이 국고채 금리를 더 낮은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각국 정부가 언제까지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우 추가 부양책을 둘러싸고 미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간밤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0.508%로 0.048%포인트 하락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차례에 걸친 강력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 모두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적어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매수세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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