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최고경영자(CE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장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사장(사진)은 7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10년치의 변화가 1년 동안 한꺼번에 불어닥쳤다"며 "시대변화에 맞춰 변해야 했지만 좀처럼 변하려 하지 않았던 결과"라고 말했다.
야나이 회장은 "사람들의 스타일이 단숨에 캐주얼화한 것"을 코로나19가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극단적으로 말해 신사복 판매점은 거의 없어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야나이 회장은 "의식주의 하나인 옷은 원래 생존 필수품인데도 어느 틈엔가 특별한 상품이 돼 버렸다"며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해 드레스와 슈트는 일상과의 관계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주력 상품이 캐주얼이라는 점에서 유니클로는 운이 좋았다고 평가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장의 3분의 1 이상을 뜯어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야나이 회장은 "800개가 넘는 일본 매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입지와 공간 크기, 내장 등의 측면에서 어중간해진 곳이 많다"며 "3분의 1 가량의 매장을 스크랩앤드빌드(조직의 비대화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 가게를 열면 같은 규모의 가게를 닫거나 통합하는 것)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라와 H&M을 넘어 세계 1위 의류 브랜드가 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유니클로의 매출은 2조2950억엔(약 25조7852억원)으로 자라(3조4000억엔)와 H&M(2조6000억엔)에 뒤진다. 자라와 H&M을 잡기 위해 현재 750개인 중국의 유니클로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리는 등 해외 확장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꼽은 미래의 라이벌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스포츠 의류를 평상복으로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체 의류 브랜드를 내놓은 아마존에 대해서는 "의류 제조·판매에 전력을 다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차세대 라이벌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야나이 회장은 오프라인 매장의 건재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옷을 입어보지 않으면 착용감과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 전자상거래(EC)의 편리성을 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또 "'스테이 홈(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집에서만 머무르는 것)'으로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며 "코로나19의 수습과 경제활동을 양립시키지 않으면 생활이 파탄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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