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줄 모르고 상승하던 포스트 코로나 주도주들이 지난달말 일시적 조정을 받았다. 또 한번의 조정이 올 것인지, 혹은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지속할 지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사진)은 “주도주의 힘이 약해졌다”고 답한다. 김 센터장은 “포스트 코로나 주도주들의 질주가 다시 이어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경기민감주가 반등하겠지만 연말까지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라”고도 조언했다.
김지산 센터장은 1975년생의 ‘젊은’ 센터장으로 여전히 본인 이름으로 보고서를 내는 등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2년 한화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7년 키움증권에 입사했다. 작년말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에 임명됐다.
▶1400까지 빠졌던 코스피지수가 5개월만에 2300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런 상승장이 언제까지 갈까요?
▷저는 연말까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증시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팽팽히 맞서는 구간이 없었습니다. 일단 상승요인이라고 한다면 유례없이 풀려있는 유동성이 강력한 상승을 뒷받침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반기에는 기업 실적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겠죠. 코로나 백신도 연말로 갈수록 성과가 나타나겠죠. 하지만 주가가 펀더멘털 대비 너무 급등했다는 점이 분명한 부담요소입니다. 지금 선진시장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가 넘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무역분쟁, 미국 대선도 불확실을 높이는 요인이죠.
▶박스권에서도 언택트(비대면) 주도주들이 증시를 이끌까요?
▷아니오. 주도주가 언택트 관련주에서 경기민감업종으로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시장이 반등하고 박스권을 넘어서더라도 기존 언택트 관련 종목이 증시를 이끌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언택트 관련 종목이 당장 급락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성장 모멘텀은 2분기에 가장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반기에는 낙폭 컸던 경기민감주가가 반등하면서 성장주와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식시장의 특성상 성장주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건 맞지만 시장이 영원히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전통 중후장대 산업과 금융주를 좋게 보고 있습니다. 금융주는 저금리 상황에서 순이자마진이 많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견조하면서 2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어요. 현 주가에는 우려가 너무 많이 반영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차화정이나 IT나 시장을 주도한 기간이 그래도 1년은 넘었는데 언택트 관련주는 4개월만 증시를 주도하네요.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이번에는 증시 충격이 컸지만 회복도 빨랐잖아요. 금융위기, 닷컴버블과 비교하면 굉장히 빨리 회복했습니다. 그만큼 언택트, 배터리, 바이오 업종이 굉장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것이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보고, 그래서 하반기에 성장주와 가치주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다시 좁아질 것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특히 테슬라와 연동돼서 전기차 관련주가 일제히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부담스럽습니다. 분명히 꺼질수있는 거품이라고 판단합니다. 마치 테슬라 때문에 모든 전기차 관련주가 수혜를 입을 것처럼 해석되는데 사실 테슬라는 국내에서 LG화학만 일부 공급하고 있지 진정한 수혜주는 파나소닉입니다. 배터리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보고 판단해야해요. 유럽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세와 실적 개선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바이오 배터리 게임 등 주도주를 제외하고 현재시점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섹터는 무엇인가요?
▷인프라 투자 관련주들입니다. 미국은 대선 국면 진입하면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인프라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죠. 중국도 7대 인프라사업 발표했고요. 전통적인 산업재와 5세대(5G) 통신 관련주에 수혜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 관련주인데요. 미국 소비의 경우 가전 TV 스마트폰 자동차 관련주에 주목할 만합니다. LG전자와 현대차 모두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던 이유도 내수 시장에 기반한 실적이었거든요. 미국에서도 소비가 살아나면 관련 기업 실적이 개선되겠죠. 중국은 화장품 레저 여행 항공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부분이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면세점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으니 회복 속도가 느릴 것이라 봅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19 기점으로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렸는데요, 해외주식에 투자한다면 역시 미국시장이 제일 나을까요?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에는 굳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업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이면 충분해요. 일본과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시장이라서 차라리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지금은 미국비중을 축소하고 중국비중을 늘리라고 권하고 싶어요. 중국이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하면서 경기 회복 사이클에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진입했고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이 더해지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 판단합니다. 반면 미국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너무 커졌어요. FAANG 기업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들은 곧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스권 장세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짜야할까요?
▷주식 40%, 안전자산 40%, 현금 20%를 추천합니다. 박스권에서는 코스피가 2000포인트 근처까지 떨어지면 적극 매수하고 증시가 오르면 차익실현을 통해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해요. 다만 4분기에 미국 대선이라는 큰 변수가 있으니 지금은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만약 그래도 주식을 갖고가고싶다고 하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세요. 국내주식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주식도 편입하는 식으로요.
▶그렇다면 안전자산은 어떤 곳에 투자해야하나요?
▷금이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합니다. 경기가 안좋으면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커지고 경기가 회복한다고 해서 급락하지는 않잖아요. 물론 하반기에 글로벌 경제가 회복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금 가격 상승세가 상반기보다는 둔화되겠지만, 언제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채권보다도 금이 나을까요?
▷금리가 낮아질수록 채권 투자 매력이 올라가는데 지금 금리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없어요. 굳이 안전자산으로 채권을 갖고가고 싶다 하시면 미국 국채를 추천합니다. 달러자산을 활용하세요.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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