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향한 대형 포털들의 '러브시그널'이 흥미롭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온라인 및 모바일 환경의 지속적 확장이 불가피한 현 시점. 포털이 지닌 플랫폼, 엔터테인먼트가 지닌 콘텐츠의 상생이 역대급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바람이 불면서 비대면의 대표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매출 1조9025억원, 영업이익은 23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6.7%, 79.7%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 역시 매출 952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7%나 뛰었다. 언택트 환경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단연 플랫폼 기반 사업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
그런데 이 같은 대형 포털들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놓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 각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 K팝 콘텐츠의 영향력과 코로나19 탓에 생긴 물리적 제약에도 변함없이 K팝의 소비를 원하는 글로벌 팬덤의 특성을 그대로 시·공간적 한계가 없는 플랫폼에 태워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네이버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SM이 보유한 아티스트 및 공연 기획력, 충성도 높은 팬덤에 네이버의 라이브 및 커뮤니티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언택트 시대의 비대면 콘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네이버는 그간 꾸준히 SM과 협업하며 투자를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 양사는 지난 4월 공동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고는 팬십 플랫폼의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비욘드 라이브' 등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세계 최초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를 내놨고, 슈퍼엠(SuperM)을 시작으로 웨이션브이, NCT 드림, NCT 127,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다수의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다. '비욘드 라이브'는 3D, VR 등 수준 높은 영상 기술력으로 온라인 공연만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냈고, 언택트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는 호평을 얻었다.
'비욘드 라이브'로 발생한 수익도 상당하다. 처음 슈퍼엠 공연으로 기록한 시청자수는 7만5000여 명. 이후 NCT 127이 10만4000여 명, 마지막 공연 주자였던 슈퍼주니어는 무려 12만3000여 명을 기록했다. 시청자수와 유료 결제 금액만으로 단순 매출액을 추정해도 매회 20억 원 대를 넘어선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경우는 추정치를 41억 원까지 내다볼 수 있다.
온라인 유료 콘서트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SM의 합작이 성공적이라는 것이 이미 입증된 상태다. 여기에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까지 뛰어들어 SM과 함께 '비욘드 라이브'를 위한 전문 회사 BLC를 설립한다. BLC는 '비욘드 라이브'를 기획, 운영하는 회사로 SM의 콘텐츠 프로듀싱 능력, 네이버의 기술, JYP의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결합할 예정이다. 이에 9일에는 그룹 트와이스도 '비욘드 라이브' 주자로 출격한다.
이번 SM에 대한 네이버의 투자에는 줄곧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견제 요소로 따라 붙는다. 정면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주요 경쟁력 부분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비욘드 라이브'는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송출된다. 네이버 V라이브는 이미 K팝 아티스트들의 소통 창구로서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비대면 공연 분야로까지 확장한 셈이다. 그룹 방탄소년단 역시 V라이브로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수익 콘텐츠 중 하나인 온라인 유료 콘서트를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로 송출했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자사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독점' 공개한 것이다. '비욘드 라이브'가 구현해낸 기술력에는 한참 못 미쳤으나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이 지니는 파급력에 힘입어 방식에 차이를 줬다는 점에는 확실히 주목할 만 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SM 투자에는 빅히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도 대적하겠다는 포부도 내포돼 있다. SM은 그간 자체 팬 플랫폼인 '리슨(lysn)'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번 투자를 통해 '리슨'은 네이버 V라이브의 글로벌 멤버십 커뮤니티인 '팬십(Fanship)' 플랫폼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결국 빅히트와 동일한 분야에서 쌍벽을 이루는 것이다. 양측 모두 팬덤의 파워와 함께 결합되는 플랫폼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자 어떤 전략으로 서비스 향상을 이뤄낼 것인지도 기대 포인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야망을 품은 것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1978년 서울음반에서 출발했던 카카오M은 음악·음반 유통 및 음악 콘텐츠 투자·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사업에 전념하며 종합음악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모회사인 카카오에 합병되고 재차 신규 법인으로 출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카카오M은 종합엔터테인먼트를 표방, 소규모 기획사 및 제작사를 대거 인수하며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포털을 모회사로 하는 카카오M의 강점은 단연 탄탄한 인프라다. 카카오가 지닌 풍성한 플랫폼 자원을 기반으로 배우, 가수 등의 지적재산권(IP)의 확장까지 일궈내 독자적인 콘텐츠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카카오M은 배우 및 가요 기획사, 드라마 및 영화 제작사들을 인수함은 물론, MBC와도 MOU를 맺었다. 또 스타 PD와 작가들까지 지속적으로 영입 중이다. 모바일에 특화된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는 2023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총 240개 이상의 타이틀을 제작할 예정이다.
즉, 카카오M 안에서 전부 제작하고 가동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 다채로운 IP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대형 포털인 카카오의 영향력이다. 콘텐츠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와 함께 만든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기 때문이다. 카카오M 김성수 대표는 이를 두고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콘텐츠 이면에는 스크립트, 캐스팅, 자본 등을 조정하는 숨은 실력자가 존재한다. 그걸 '패키징'해서 메이저 스튜디오에 파는 것"이라며 "그것이 결국 카카오M이 지향하는 모델이다.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패키징 서비스"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러한 카카오M의 공격적인 확장이 단순한 몸집 부풀리기에서 그쳐선 안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분별한 독과점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것. 이에 김 대표는 "콘텐츠업을 더 잘하기 위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결합했다는 관점"이라며 "모두 콘텐츠업 발전을 위해 기여와 책임을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고 강조했다.
실로 포털의 막대한 플랫폼 자원과 엔터테인먼트의 탤런트IP가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온라인 및 모바일 환경에서 일단은 흥미롭고 기대되는 도전임은 분명하다. 이 결합이 단순히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진일보한 결과로 이어져 좋은 출발이자 사례가 되길 바라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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