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밝혔다.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인적 쇄신을 통한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노 실장과 비서실 수석비서관 다섯 명 전원이 오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노 실장과 함께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이 사표를 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서실 전체가 사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잇단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급등하고 청와대 다주택 참모진의 주택 처분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진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사의를 밝힌 6명 중 4명이 부동산 관련 구설에 오른 적이 있으며 이 중 3명은 지금도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인사카드’로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실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최근 상황에 대해 전체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6명이 사의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노 실장 등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사자인 비서실장, 수석 등은 물론이고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도 관련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청와대의 발표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는 데다 다주택 참모들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한 책임을 청와대 비서실에서 지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의를 밝힌 6명 중 김조원 민정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은 지난달까지 매각을 완료하라는 노 실장의 강력 권고에도 불구하고 두 채 이상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서울 도곡과 잠실에 한 채씩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김조원 수석은 이 중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아 비판받았다. 함께 사표를 낸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 내용을 해명하며 “남자들은 부동산을 잘 모른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노 실장은 서울 반포와 청주에 있는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내년 재보선이나 지방선거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 활동 재개를 고민해온 터라 하반기께 청와대를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져 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노 실장과 강 수석은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있고 김조원, 김거성, 김외숙 수석은 다주택자”라며 “선거를 치르거나 주택을 팔고 싶지 않은 사람만 나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정책실은 이번 사안에서 쏙 빠져 있어 부동산 정책 자체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비서실이 단체로 항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이 같은 사의 표명이 있진 않았을 것”이라며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통한 분위기 전환을 노린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만 사표를 수리하는 것 역시 가능성이 크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표 수리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몇 명만 수리하고 나머지는 남기는 식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통합당은 “비서진이 아니라 경제라인 전체가 사퇴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논평을 내고 “대충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국정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도 “전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서라인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며 “경제라인 전반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영연/김소현/성상훈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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