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전 UN 사무총장)이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또다시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처가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7일 미국 CNBC에 따르면 반 위원장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75년 전 UN을 창립할 때처럼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의 WHO 탈퇴는 부도덕하고 근시안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비난하는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UN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단 한 건도 채택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상임이사국인 두 나라가 책임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이 WHO에 내는 지원금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WHO가 코로나19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과도한 친중국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WHO에 가장 많은 액수의 지원금을 내는 국가였던 미국은 지난달 WHO를 공식 탈퇴했다.
반 위원장은 UN이 주도하는 기구 및 협약에서 미국이 줄줄이 탈퇴한 결과 최근 다자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유네스코, 파리 기후변화협약, UN 인권이사회 등에서 탈퇴했다. 그는 지난달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를 전쟁에 비유하며 “미국의 WHO 탈퇴는 아군을 돕지 않는 행위로,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반 위원장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상대적으로 성공 스토리를 썼다”고 평가했다. 왜 다른 국가들이 한국의 대처 방법을 빨리 따르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각국이 서로 힘을 합쳐 코로나19에 대응하지 않았고, 전문가의 조언도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세계 확진자의 25%를 차지하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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