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1회 당 수십 달러까지 책정하는 가운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빈곤국에 회당 3달러(약 3500원) 미만으로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26만2524명 늘어난 1979만5061명을 기록했다. 하루 20만명 이상 늘어나는 추세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점을 볼 때 10일 자정이면 20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2000만 명 돌파는 중국이 지난해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발생을 보고한 지 223일 만이다. 발발 180일 만인 지난 6월28일 10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1000만명이 추가되는 데에는 4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가별 확진자는 미국 514만여 명, 브라질 301만여 명, 인도 215만여 명 등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브라질에선 여전히 하루 5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인도는 전날 6만5156명의 최고 기록을 쓰는 등 최근 확산이 더 빨라지고 있다.
겨울철을 보내고 있는 남미에선 브라질을 비롯해 페루(누적 47만여명), 콜롬비아와 칠레(각각 37만여명), 아르헨티나(24만여명) 등이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과 중동, 동남아 등 지난 3~4월에 코로나19가 휩쓸고간 지역에서 최근 2차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스페인에서 4507명이 추가됐고 프랑스(2288명)와 독일(1105명)도 큰 폭으로 늘었다. 8일에는 필리핀(4131명), 이라크(3325명), 일본(1624명) 등에서도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게이츠 MS 창업자는 빈곤국에 코로나19 백신을 회당 3달러(약 3500원) 미만에 공급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게이츠 창업자는 부인과 함께 2000년 설립한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글로벌 전염병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지구촌 백신 공급 연대 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인도의 제약사 세럼인스티튜트(SII)와 함께 내년부터 경제 중하위권 92개국에 코로나19 백신 1억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게이츠 재단은 SII의 백신 생산과 GAVI의 유통에 1억5000만달러(약 1782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SII는 연간 13억정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다. 코로나19 백신 후보 가운데 가장 진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고 연 10억회분에 해당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오는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에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지원받는 자금을 이 백신의 생산·판매 가격을 낮추는 데 쓸 계획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으로 돈을 벌 계획은 없다며 가격은 원가 수준인 1회 당 4달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는 공동 개발 중인 백신 가격을 1회 당 19.5달러로 책정했다. 모더나는 1회 당 32~37달러를 제시한 상태다. 백신에 따라 2회 이상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의 실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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