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2년간 잊혀졌다. 돈은 빠져나갔다. 작년에만 2000억원 이상이 순유출됐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코스닥지수가 세계 증시 가운데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 대거 포진한 바이오주도 질주했다. 공모주 열풍까지 더해졌다. 코스닥벤처펀드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0%를 넘어섰다. 밀물처럼 빠지던 자금도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개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에 최근 3개월 584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 2년간 자금 순유출에서 벗어났다. 이는 수익률 덕분이다.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0.85%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26.7%를 웃돌았다.
주식 비중이 높은 펀드가 선전했다.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는 최근 3개월 수익률 48.2%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펀드는 자산의 98%를 코스닥 등 주식에 투자한다. 이어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수익률 44.9%),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44.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도 87~90%를 주식에 투자한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자산의 50%를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나머지 자산은 채권, 유가증권시장 등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 펀드별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이유다.
이 밖에 KB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38.0%), 브레인코스닥벤처(33.5%) 등이 30%대를 기록했다.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20.2%)도 비교적 괜찮았다. 하지만 리츠시장 부진으로 에셋원코스닥벤처공모주리츠는 9.6%에 그쳤다. 이 펀드는 주식 비중이 50%로 낮다.
코로나19로 코스닥시장에 몰려 있는 바이오주가 선전한 것도 수익률에 기여했다. 올해 최저점인 3월 19일 대비 코스닥 헬스케어 지수의 상승률은 124.6%에 달한다. 코스닥지수 상승률(100.2%)보다 20%포인트가량 높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61.3%였다. 정원택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섹터의 수익률이 굉장히 높아 코스닥지수 상승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열풍도 호재였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코스닥 공모주도 급등하고 있다. 공모주는 관례적으로 적정 기업가치보다 낮게 책정돼 수익을 거둘 확률이 높다. 문석호 KB증권 수지PB센터 지점장은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주 간접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IT, 바이오, 4차 산업혁명 비중이 높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로 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오른 주가는 부담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전망치 상단에 도달한 상태”라며 “3분기에는 좋게 보지만 4분기에는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닥도 글로벌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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