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해기금 펑펑 쓰고 물난리에 속수무책인 '하루살이 정치'

입력 2020-08-10 17:54   수정 2020-08-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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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우 피해 복구를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자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일제히 나오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만간 고위 당정회의를 열고 4차 추경을 포함한 수해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에서도 추경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4차 추경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올해 재해복구용 예비비로 5조6000억원(추경 포함)이 편성됐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고용안정지원금 등에 쓰고 남은 돈이 현재 2조6000억원뿐이어서다. 과거 태풍 피해 때 추경(2조~4조원) 규모를 감안하면 모자랄 수밖에 없다. 이번에 4차 추경을 편성하면 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네 번이나 추경을 쓰는 ‘불편한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상당수 광역 지자체가 수해복구비로 책정된 예비비와 기금을 거의 소진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경쟁적으로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뿌린 탓이다.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전체 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준 경기도는 올초 9150억원이던 재난 관련 기금이 2300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시도 재난관리기금 8430억원 중 남은 돈이 950억원에 불과하다.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충청남도의 재난관리기금은 73억원뿐이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손 벌리고, 정부는 4차 추경을 궁리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전국적으로 수해가 심각한 만큼 ‘재난 추경’의 필요성은 누구나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를 대비하라고 책정한 예비비와 재난관련기금을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선심쓰듯 마구 쓴 것부터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순서다. 긴급 방역, 마스크 수급 등 꼭 써야 할 곳도 있었지만 상당액을 지자체장들의 생색내기용으로 소진한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시에도 여름철 장마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지자체장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한 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하루살이 정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멋대로 써도 되는 눈먼 돈이 아니다. 국민이 땀 흘려 벌어서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정부와 지자체)이 재정을 집행할 때는 자기 돈처럼 아끼고, 철저히 관리하며,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는 게 기본자세다. 올 들어 코로나를 이유로 세 차례나 추경(총 59조2000억원)을 편성하고도 4차 추경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국민에게 성실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동안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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