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험회사들은 시장에서 잘 먹힐 만한 전략상품을 고른 뒤 설계사들에게 추가 수당을 듬뿍 내걸고 판매를 독려한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 잘 팔린다. 보험업계 대부분 인기상품이 이런 과정을 거친다. 최근 이런 공식을 깬 상품이 나왔다. 차세대 암 치료법인 표적항암치료 비용을 대주는 보험이 ‘알아서 잘 팔리는’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KB손해보험 측은 “거액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조용히 출시했는데도 이 정도로 판매가 급증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좋다는 의미”라고 했다.
경쟁사들도 ‘미투 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22일,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이달 3일 표적항암 특약을 내놨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라이나생명만 팔고 있다.
표적항암치료는 암세포의 특정 분자를 정밀 타격하는 방식의 약물치료다.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작아 많은 환자가 선택하는 추세다. 하지만 평균 4000만원 이상 자기부담금이 든다는 게 단점이다. 일반적인 보험의 암진단금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 민간보험에서 표적항암치료비를 보장하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 발달로 신약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어 표적항암 관련 보험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암치료비 걱정이 크다면 표적항암 특약은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예컨대 KB손해보험에서 치료비 5000만원을 한도로 하는 표적항암 특약의 가격은 40세 남성 월 1500원, 50세 남성은 4800원가량이다. 다만 이 특약 하나만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주계약, 부가특약 등이 있기 때문에 최종 보험료는 이보다 올라간다. 또 이런 특약은 몇 년에 한 번 보험료를 재산정(갱신)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가격이 비싸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손해보험사가 일제히 뛰어든 만큼 올 하반기 표적항암 특약을 활용한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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