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증시의 판도 뒤흔들고 있다. 3개사 시가총액 총합이 7월 한 달 동안만 30조원 늘어 급기야 이달 10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최저점으로 내려갔던 3월 19일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올랐는데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직접 진출 가능성, 리튬이온을 대신할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의 승리 여부 등 불확실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지난 4∼5년간 계속 제기됐다. 그때마다 한국 기업들은 앞선 기술력과 실적으로 이를 불식시켰다. 2025년이면 연간 180조원으로 커져 반도체(150조원)를 앞설 것으로 보이는 배터리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업들은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의 퇴행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요즘에도 조용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어느새 시장에선 “미국,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처럼 전기차, 바이오, 비대면 같은 미래 산업을 다양하게, 제대로 하는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CIO)는 평가까지 나온다.
기업들의 분투는 위기에도 ‘갈라파고스 규제’가 풀리기는커녕 되레 강화되고 있어 안타깝게 다가온다. 코로나 이후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을 꿈꾼다는 나라인데도 그렇다. 이들이 어렵게 지켜내고 있는 성장 불씨를 키우려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산업의 구조 개편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게 판을 깔아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국판 뉴딜처럼 ‘나를 따르라’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민간 창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틀만 잡아주고 물러서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정보기술(IT), 이명박 정부 때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박근혜 정부 때 바이오가 그렇게 컸다. 그런데 규제본능에 갇힌 이 정부가 간섭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럴 거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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