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유자는 세금폭탄에, 세입자는 전세대란에 하루하루 피 말리는데 어떻게 그런 발언이 나오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매달 내놓다시피 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71%로 올 들어 가장 높았고, 8월 첫 주에도 떨어지기는커녕 0.04%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7월 주택가격전망에선 ‘1년 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응답자가 크게 늘었다. 서울 전셋값도 지난주 0.17% 상승해 58주째 상승했다. 이런 숫자에 담긴 서민 고통에 대해 공감능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대통령이 “안정되고 있다”면서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를 거론한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년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을 뿐”이라면서 23번째 대책을 내놓은 것과 비슷한 모순이다. 제대로 된 주택공급으로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려는 정책 전환의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경찰과 세무당국, 감독기구를 동원해 시장을 감시·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 비친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왜 현실과 점점 동떨어지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작년 11월 “집값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참모들의 잘못된 보고 때문이겠거니’ 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분기 -3.3% 역성장을 ‘기적 같은 선방’이라고 하는 등 다른 경제분야에서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정책방향은 물론 국가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대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책무가 있다. 대통령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입하는 참모들이 있다면 당장 교체해야 마땅하다. 집값·전셋값 급등으로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불안감에 잠 못 드는 현실이 안 보인다면 정부의 신뢰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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