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식’ 비중 증가다. NH투자증권이 개인 고객 223만756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스피가 저점이던 지난 3월 19일 62.72%였던 주식 비중은 5개월 만에 73.85%로 뛰었다. 이 기간 투자자들의 총자산은 54조88억원에서 90조36억원(8월 7일 기준)으로 늘었다.
‘동학개미운동’에서 시작된 주식 열풍의 승자는 자산 5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고액자산가)들이었다. 50억원 이상 자산가의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34.63%로 집계됐다. 1억원 미만(26.47%) 투자자보다 높았다. 고액자산가들은 주식 비중을 높인 덕에 고수익을 얻었다. 지난 3월 이미 자산 가운데 85.3%(국내 주식 84.5%, 해외 주식 0.8%)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1억원 미만(63.8%) 투자자보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슈퍼리치들은 코로나 폭락장 이후 주식 비중을 88.4%까지 늘렸다. 대신 펀드와 채권 비중을 각각 3.0%, 3.2%에서 2.3%와 2.2%로 줄였다. 자산을 주식에 몰아넣은 셈이다. 이 기간 슈퍼리치들의 주식 투자 수익률만 따로 뽑아보니 59.71%에 달했다. 1억원 미만(14.36%), 1억~5억원(4.87%), 5억~10억원(8.20%)을 투자한 이들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주식에서 큰 수익을 거둔 슈퍼리치들의 투자 종목은 남달랐다. 5억원 미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담았다. 배신하지 않을 국내 대장주를 선호한 셈이다.
하지만 5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엔 삼성전자가 없다. 대신 넷마블, SK,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투자했다. SK는 3월 19일 이후 125%나 급등했다. 넷마블, 셀트리온헬스케어도 같은 기간 65.93%, 88.99%씩 올랐다.
주식 포트폴리오는 세대별로 확연히 달랐다. 60대 이상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전자, 한샘 순으로 매수했다. 반면 20대는 NICE, 삼성전자, 티에스이 등에 주로 투자했다. 40대 포트폴리오에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관련주가 많았다. 카카오, 한미사이언스, 위메이드 등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슈퍼리치들은 기존의 주식 투자 경험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주 위주로 노련하게 운용한 데 비해 새롭게 증시에 뛰어든 동학개미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 위주로 변동성이 큰 투자를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익률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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