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의도적으로라도 집안일을 하려고 한다. 청소와 쓰레기 버리기는 물론 밥하기 등 주부들이 평소 하는 다양한 일을 해 본다. 멸치 내장을 제거하고 파와 시금치도 다듬고 마늘 껍질도 벗겨 보면서 매번 음식 준비에 손이 너무 많이 간다고 느낀다. 오히려 손질된 농산물이나 반조리 식품을 사 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건강상 텃밭 일을 놓지 않으시는 필자의 모친은 때마다 고구마, 고추 등을 보내 주신다. 그중에 깨가 있다. 직접 수확하니 티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티를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눈이 침침하고 허리도 아프다. 하지만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뿌듯함을 느낀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표현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처럼의 가족 대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주부의 일은 해도 눈에 잘 띄지 않고, 안 하면 바로 티가 난다. 예전에 일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가끔 “뭐 하느라 청소도 안 하고 있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게 상황 판단이 안 된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요즘 집안일을 거들다 보면 전업주부가 바쁘고 할 일이 끝이 없다는 것을 새삼 잘 이해한다. 열혈 전업주부들은 투자, 부업 등 가정경제까지도 신경 쓴다.
후생경제학, 행복경제학은 가사노동 문제를 다룬다. 주부의 노동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부의 노동 결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해서 국내총생산(GDP)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우 주부의 가사노동은 2014년 기준으로 GDP의 24% 정도 된다고 평가된다. 순수 가사노동에 가정경제에서의 역할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것이다.
요즘은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가사 분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많이 한다. 가사노동 분담을 통해 더 많은 주부를 경제활동의 한가운데로 오게 하는 것도 우리 경제 활력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대 매년 평균 30만 명 이상 줄어들게 되는 우리의 인구절벽 문제를 고려하면 더 절실해 보인다.
주부의 노동은 가정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의 밑바탕이다. 이번 여름휴가가 마무리되기 전에 하루이틀이라도 완전 주부로 변신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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