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다음달부터 중형 여객기 두 대의 좌석을 떼어내 화물 전용기로 개조한 뒤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하반기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면 개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모든 역량을 화물 수송에 투입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2년간은 화물 수송 사업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이 두 회사 경영진의 판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올린 건 화물 수송 덕분이었다.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화물기 운항을 대폭 줄인 상황에서 두 회사는 오히려 화물기 가동률을 높이고, 여객기에도 화물을 실어날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를 각각 23대, 12대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체 항공기 보유 대수(169대)의 13.6%가 화물기다. 총 85대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비중은 14.1%다. 두 회사 모두 화물기 전량을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선에 투입된 대부분의 여객기는 운항을 멈춘 채 공항 주기장에 방치돼 있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전체 110개 국제선 중 34개 노선에서만 항공기를 띄울 계획이다. 다음달 재취항하는 노선은 미국 보스턴, 체코 프라하, 일본 하네다·오사카 등 네 곳에 불과하다. 운항 노선도 항공 편수를 대폭 줄였다. 아시아나항공도 오는 10월까지 전체 72개 노선 중 26개 노선에서만 항공기를 띄울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일찌감치 화물 운송에 주력했다. 세계 주요 도시에 여객기보다 화물기를 먼저 취항시켰고, 주요 공항마다 전용 화물터미널을 확보했다. 대한항공은 2000년엔 세계 최초이자 최대 항공화물 동맹체인 ‘스카이팀 카고’를 출범시켜 해외 영업망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200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국제 항공 화물 수송 실적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후발주자인 아시아나항공도 종합물류기업을 내세운 그룹의 비전에 맞춰 화물 수송에 주력했다. 2002년엔 세계 최대 항공사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전 세계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달 발간한 ‘2019 항공 화물 수송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74억FTK(톤킬로미터)로 6위를 차지했다. 특송업체인 페덱스와 UPS를 제외하면 여객·화물을 동시에 취급하는 전 세계 항공사 중 네 번째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25위에 올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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