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흑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5·캘리포니아)을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이로써 올 11월 3일 미 대선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민주당 바이든-해리스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바이든이 최근 여론조사대로 대선에서 승리하면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유색인종 부통령에 오르게 된다. 특히 바이든은 올해 77세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도 재선 도전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면 2024년 대선에선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능성은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 표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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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나는 그들이 대형은행과 싸우고 노동자를 북돋우고 여성과 어린이를 학대에서 지키는 것을 봤다”며 “나는 그때 자랑스러웠고 지금 그와 이 캠페인에서 함께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부통령 지명 발표 후 트윗을 통해 “바이든은 그의 생애를 우리를 위해 싸우는 데 썼기 때문에 미국인을 통합할 수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는 우리의 이상에 부합하는 미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부통령 후보로서 그와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그를 우리의 최고사령관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해리스는 지난해 6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TV토론회 등에서 ‘바이든 저격수’로 명성을 날렸다. 바이든이 1970년대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학생들을 스쿨버스로 통학하게 하는 ‘버싱(스쿨버스 통학) 정책’에 반대했던 전력을 들춰내 그를 코너에 몰았다. 해리스는 “당시 캘리포니아에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 작은 소녀가 나”라며 울먹였고 바이든은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해리스는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뒤 바이든을 지지했다. 최근 우연히 카메라에 잡힌 바이든의 메모엔 해리스가 러닝메이트 후보 명단 맨 위에 자리했으며 ‘원망을 품지 말자’ ‘그를 대단히 존경한다’고 적혀 있었다.
해리스는 바이든과 비슷한 중도 성향이면서 ‘50대 유색인종 여성’이고 서부 출신이란 점에서 ‘70대 백인 남성’으로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나 델라웨어주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진 바이든을 보완해줄 적임자로 꼽힌다. 바이든은 지난 4월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겠다고 공언했고 이후 인종차별 시위를 계기로 유색인종 여성을 지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상황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리스는 바이든이 고를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가장 검증된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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