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련주가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른 건 올 들어 처음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여행주 투자는 ‘시기상조’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글로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데다 연말 백신 출시 기대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하반기에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여행 관련주의 손익분기점(BEP)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같은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여행 관련주가 반등하고 있다. 7만~8만 명대였던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4만 명대로 급감하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이달 들어 11일(현지시간)까지 로열캐리비언크루즈(20.45%), 아메리칸항공(23.47%), 델타항공(18.70%) 등 여행·항공주가 줄줄이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바닥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여행 재개가 어렵더라도 이들 업체가 구조조정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지금보다 적자폭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도 하나투어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9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의 업황은 수요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2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적자폭이 축소될 전망”이라며 “연초부터 폐업한 여행사가 450개 이상이고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한 여행사는 6500개를 넘어가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금이 줄어드는 시기부터는 유의미한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 재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대면에서 대면 관련주로 상승 주도주가 바뀌고 있는 장세에서 그동안 못 올랐던 여행주가 순환매로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글로벌 여행주들도 빠른 수요 회복 전망이나 연내 손익분기점(BEP)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따라 업황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로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하나투어의 지난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550억원이다.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모두투어 또한 현금 보유액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두투어는 2분기 기준 현금 보유액이 약 600억원으로 상당 기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며 “1위 사업자인 하나투어가 몸집을 줄인 만큼 시장점유율에 따른 차별점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모두투어의 상대적 가격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반면 항공주들은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올 1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각각 1222.6%, 6279.8%에 달한다. 제주항공(483.4%), 진에어(395.1%) 등 저비용항공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된 상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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