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K뉴딜위원회 주최 미래차 간담회가 끝난 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행사에서 ‘국내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제도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 조정식 정책위원회 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 여당 지도부가 함께했다. 정 회장은 발표 말미에 “미래차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지 않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이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양이 의원이 행사 후 정 회장에게 웃으면서 건넨 말이긴 하지만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는 듯한 핀잔처럼 들렸다. 기업과 업계를 바라보는 여당의 시각을 단적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간담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정 회장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나 전기차 의무판매제와 같은 규제는 일부 소수 국가만 도입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수준의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공지능(AI) 등 미래차에 접목할 고급 기술 분야 전문인력이 한참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과 달리 한국전력은 전기차 충전 요금을 대폭 올렸다”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 30%가 살고 있는 빌라 등에도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행사에 참석한 일부 민주당 의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내놨다. 안호영 의원은 “한국은 환경 규제가 유럽보다 부족하다”며 “정부가 규제를 명확히 해서 기업이 준비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엉뚱한 요청’에 일부 참석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김성환 의원은 “BMW가 자동차를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로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현대자동차도 수소·전기차를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비전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유럽처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국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부터 약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나마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분과위원장인 이광재 의원은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 (여러 제안을 해준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AI 등과 같은 기술 분야 연구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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