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ICT 선두주자인데 원격의료 규제는 왜 안푸나"

입력 2020-08-13 11:49   수정 2020-08-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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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국제기관으로부터 이렇게 크게 칭찬받은 적이 있었나 싶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0 한국경제보고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보고서엔 올해 한국이 △월등한 차이로 성장률 1위를 기록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가장 성공적으로 차단했고 △고용률 하락폭이 회원국 중 가장 작은 수준이라는 등 긍정적 평가가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보고서를 적극 인용하며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반색했다.

상기한 내용들은 보고서에 문자 그대로 실린 '팩트'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한국의 대외 위상이 올라간 것도 맞다. 하지만 보고서 전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한국 경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뼈아픈 지적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높은 규제 장벽이다. OECD는 "한국은 상품시장 규제가 가장 엄격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규제 수준은 35개 회원국 중 5위로 집계됐다. 한국보다 규제가 엄격한 나라는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터키밖에 없었다. OECD는 이런 규제가 경쟁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서비스업 규제가 문제로 지적됐다. 경직된 규제가 한국이 첨단 디지털 기술 분야 선두주자임에도 서비스업 생산성은 매우 낮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규제 개선이 시급한 분야로는 원격의료를 콕 집었다.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양립할 수 있는 한 원격의료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의사와 환자가 비대면으로 진료·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OECD는 그러면서 23개 회원국이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노르웨이는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1차 의료기관의 디지털 상담 비율이 5%에서 60%로 뛰었다. 미국에서도 주요 의료기관의 원격 상담 비율이 6%에서 50~70%로 증가했다. OECD는 "여러 국가에서 수집된 증거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입증됐다"며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환자는 대면 진료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서비스 요금 인하는 물론 서비스 품질, 치료의 조정과 연속성 면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경직된 노동 시장도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다. 근로자 개별해고 규제가 강력한 탓에 대기업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보호를 누리고 있고,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와의 격차를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의 효율적인 자원 재배치를 막아 생산성을 깎아내린다고도 했다.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를 완화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OECD의 주문이다.

고용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OECD는 "고용 정책 지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직접일자리 창출에서 교육, 직업훈련·상담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세금으로 일자리를 지원하는 직접일자리를 매년 대폭 늘리고 있다. OECD의 조언은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 해소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OECD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상병수당을 도입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한편 빈곤층 소득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빈곤층 지원 관련해서는 기초연금 개선을 콕 집었다. 기초연금 수준을 높이되 좀 더 빈곤한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월 25만~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지원 범위가 한국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28개국 평균(22%)보다 훨씬 넓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u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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